'난 6이닝이 딱인데' 5일 SK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펼치다 7회 수비 실책으로 비자책 2실점한 두산 우완 세스 후랭코프.(사진=두산)
드디어 곰 군단이 짧은 가을잠을 깼다. 전날 침묵했던 타선이 살아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SK는 선취점 싸움에서 밀린 데다 전날 소모한 불펜의 후유증으로 마운드 총력전을 펼치지 못해 두산 타선의 기운을 막지 못했다. 다만 두산도 불펜 공백으로 발목이 잡히면서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두산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SK와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7 대 3 승리를 거뒀다. 전날 1차전 3 대 7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 전적 1승1패를 만들었다.
두 팀은 6일 하루를 쉰 뒤 7일부터일 SK의 홈 구장인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으로 옮겨 3~5차전을 치른다. 두산은 3선발 이용찬을, SK는 에이스 메릴 켈리을 선발로 등판시킬 전망이다.
SK로서는 1회 선취점 기회를 놓친 게 아쉬웠다. 1사에서 한동민의 땅볼을 두산 오재원이 놓치는 실책에 이어 2사에서 제이미 로맥의 안타로 1, 2루 득점권을 만들었다. 그러나 1차전 MVP 박정권이 두산 선발 세스 후랭코프와 풀 카운트 끝에 7구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호투하던 SK 선발 문승원은 3회 불운이 겹치며 선실점했다. 전날 4타수 무안타 침묵했던 두산 오재일이 우중간 안타를 때려냈고, 오재원의 삼진 때 치고 달리기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오재일은 슬라이딩 후 발이 베이스를 터치한 뒤 잠깐 떨어진 사이 SK 유격수 김성현의 태그가 이뤄진 부분에 대한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 원심이 유지됐다.
허경민이 우전 안타로 이어진 1사 1, 3루에서 문승원은 까다로운 빠른 좌타자 정수빈에게 유격수 병살타성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바운드가 김성현 바로 앞에서 이뤄져 포구 뒤 글러브를 뒤로 빼는 사이 정수빈이 1루에서 살았다. 그 사이 오재일이 홈을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SK 우완 문승원이 5일 SK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와인드업을 취하고 있다.(잠실=SK)
선취점을 뺏긴 SK는 4회 다시 실점했다.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의 연타석 2루타에 이어 양의지가 좌전 적시타로 2 대 0까지 달아났다. 빠른 타구였지만 어깨가 좋지 않은 좌익수 김동엽의 송구를 감안해 김재환이 홈까지 들어왔다. 중계 플레이를 하던 김성현의 송구가 빠져 양의지가 2루까지 달려 다시 득점권이 이어졌다.
여기서 SK는 한번 투수를 교체할 만했다. 김재환, 양의지 모두 정타를 때린 데다 다음 타자는 전날 2안타 3타점을 올린 좌타자 최주환이었다. 그러나 SK 벤치는 문승원으로 밀고 갔다. 결국 최주환이 문승원의 2구째 복판 시속 143km 속구를 통타, 우월 2점 홈런을 날렸다.
SK가 불펜을 조기에 가동하지 못한 이유는 있다. 일단 전날 불펜 소모가 적잖았다. 1차전에서 SK는 4⅓이닝 2실점한 선발 박종훈에 이어 김택형-앙헬 산체스-김태훈-정영일 등 필승조를 총동원했다. 산체스가 1⅔이닝 동안 26구, 김태훈이 2이닝 40구를 던졌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경기 전 "산체스의 투입 시기와 이닝을 볼 것"이라면서 "김태훈은 아마 오늘 등판이 힘들지만 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리드를 안은 게 아닌 뒤진 상황도 한몫을 했다. 열세인 상황에서 필승조를 선뜻 내기는 어려웠다. 1차전에서 SK는 1회 한동민의 선제 2점 홈런으로 5회초까지 2 대 1로 앞서 있었고, 필승조를 투입할 여건이 마련됐다.
다만 김택형을 투입해 최주환과 상대하게 하는 것은 어땠을까 살짝 아쉬움은 남는 대목이다. 물론 김택형은 전날 투입돼 결과가 좋지 않았다. 5회 1사 1루에서 아웃카운트 없이 볼넷 2개를 내주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넥센과 플레이오프(PO)에서 구위가 좋았다. 최주환에게 올해 1타수 1안타를 내줬지만 어렵게 승부하다 올해 1타수 1삼진을 거둔 김재호와 승부를 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물론 SK 벤치는 문승원의 구위가 아직까지 괜찮다는 판단도 있었을 터. 여기에 1차전 승리로 절박하게 덤비지 않아도 될 여유도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문승원으로 밀어붙인 결과는 최악으로 나타났다.
5일 SK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점 차로 쫓긴 7회 2사 1, 2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두산 불펜 박치국.(사진=두산)
이는 두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두산 선발 후랭코프는 6회까지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전날 7점, 그 중 4점을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에게 홈런으로 뽑아낸 SK 타선을 6회까지 4피안타 9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막아냈다.
후랭코프는 7회도 마운드에 올랐다. 6회까지 투구수는 95개. 다만 후랭코프는 정규리그에서 7이닝 이상은 28경기 중 단 2번뿐이었다. 올해 후랭코프는 평균 5.3이닝을 던졌다. 다만 3주 이상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과연 7회도 후랭코프는 1사에서 김동엽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박승욱에게 10번째 삼진을 잡아내며 건재를 과시했다. 2사 1루에서 김성현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감하는 듯했다. 그러나 3루수 허경민의 송구가 빠지면서 2사 2, 3루가 됐다.
이때 두산도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후랭코프의 투구수는 111개까지 불었다. 힘이 빠질 만했다. 그러나 두산도 후랭코프로 밀어붙였다. 두산은 필승조인 파이어볼러 김강률이 KS를 대비하다 부상으로 빠진 상황. 불펜 공백이 염려되는 두산의 속사정이 있었다. 전날 두산은 장원준이 승부처에 투입됐지만 볼넷과 폭투로 실점하는 아픔이 있었다.
결국 후랭코프도 초구에 김강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2점을 내줬다. 허경민의 실책으로 비자책점이었지만 4 대 3, 1점 차 추격을 허용한 아쉬운 장면이었다. 후랭코프는 한동민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두산은 뒤늦게 박치국을 올려 최정을 풀 카운트 끝에 삼진으로 잡아내 이닝을 마감했다.
이후 두산은 8회 김승회, 함덕주 등 불펜을 총동원해 1점 차 리드를 지켰다. 결국 두산은 8회말 양의지, 최주환의 연속 쐐기타 등으로 7 대 3까지 달아나 한숨을 돌렸다.
이날 SK와 두산은 모두 선발 교체를 망설이다 최악의 결과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두산보다 SK가 입은 타격이 더 컸고, 승부를 가른 변수가 됐다. 다만 SK는 적지에서 1승1패를 거둬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