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격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충건 감독과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박항서 감독. 자료사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오르면서 베트남에서 민간 스포츠 외교관 역할을 하는 한국인 지도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베트남 축구 역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이어 지난 15일 베트남을 10년 만에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으로 견인했다.
스즈키컵 우승 덕분에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으로 한국-베트남 양국에 형성된 우호적인 관계가 한층 굳건해졌다.
지난 15일 결승전 당일, 우리 교민과 베트남 국민들은 경기장에서 태극기와 금성홍기를 함께 흔들며 베트남팀을 응원했다.
하노이한인회 조수호 사무국장은 17일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날 한인회가 경기장 앞에서 태극기 1만 장을 무료 배포했는데 순식간에 동났다. 10명 중 8~9명이 태극기를 받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국가적 자긍심이 강하다. 그런데 이날 베트남인들이 태극기(가로 20cm, 세로 30cm)와 금성홍기를 나란히 놓고 각각 2천원 정도에 팔았다"며 "태극기를 가져와 판매한 건 박 감독을 응원한다는 의미다. 현지인들은 '박 감독=한국인' '한국인=베트남에 도움을 많이 주는 사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 14일 하노이한인회가 주최한 송년의 밤 행사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받았다.
베트남에는 또 한 명의 스포츠 민간 외교관이 있다. 2014년부터 베트남 사격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충건 감독이다. 박 감독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호앙 쑤안 빈(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을 베트남 첫 올림픽 금메달리트로 조련했다. 베트남 한류 지도자 원조인 셈이다.
조 사무국장은 "베트남에서 한류 덕분에 촉발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양 박' 감독의 활약 덕분에 교민들도 체감할 만큼 높아졌다"며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교민 12만 여명(하노이 6만 6천 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내 조국인 대한민국도 베트남 국민께서 많이 사랑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박항서 감독이 스즈키컵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결승전에서 베트남 관중들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를 통해 양국이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되었음을 실감했다."(-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우승 후 페이스북에 남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