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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미투] ②사후 '영구제명'보다 사전 예방 대책 절실

스포츠일반

    [체육계미투] ②사후 '영구제명'보다 사전 예방 대책 절실

    • 2019-01-27 16:48

    김대희 박사, 특별사법경찰 제도 도입·명확한 인권 지침 수립 제안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가부 장관(왼쪽부터)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체육계를 뒤흔든 '미투'(나도 당했다) 고발 이후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이 내놓은 대책은 사실상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오래전부터 스포츠 분야의 병폐로 지적돼 온 폭력·성폭행을 근절하고자 인권 교육과 신고를 강화한 근절대책이 이미 수립됐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고도 가해자를 신고·고발할 수 없는 침묵의 카르텔, 징계를 받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미온적인 대처 등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불행한 사태로 이어졌다.

    체육계의 자정 능력에 실망한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태 해결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면서 한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조짐이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부·교육부·여성가족부 등 정부 3개 부처가 내놓은 수습 대책을 보면 크게 ▲ 폭력·성폭행 가해자 영구제명 ▲ 성폭력 사건 은폐·축소 시 최대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처벌 강화 ▲ 합숙 훈련 점진적 폐지 ▲ 체육계 전수 조사 통한 현황 파악과 스포츠 인권 교육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부 대책 중 체육회가 내놓은 충북 진천선수촌 내 여성 인권 관리관 증원 배치, 선수촌 내 주요 사각지대에 인권 보호를 위한 CC(폐쇄회로)TV를 증설, 남녀 선수 로커에 비상벨 설치 정도가 즉각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일 뿐 구체적인 실행 대책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1년간 운영한 뒤 내놓을 제도 개선안과 민관 합동으로 구성되는 '스포츠혁신위원회'(가칭)가 도출할 구조 개혁 과제를 접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수립된 대책의 실효성을 따진다면 실제 체육계에 착근할 때까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스포츠법 전문가인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대희 박사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후 처벌보다 폭력·성폭행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교한 실행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영구징계, 영구추방에 방점이 찍힌 정부와 체육회의 수습책은 사태 후 징계만 강화한 모양새"라며 "그 전에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체육 현장에서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박사는 미국대학스포츠(NCAA) 규정을 거론하고 "이런 규정이 현장에서 곧바로 적용되고, 훈련 지침을 위반했을 경우 곧바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NCAA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선수와 단둘이 훈련해선 안 된다는 규정', '지도자가 선수를 지도할 때 발생하는 신체접촉 상황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등을 서둘러 도입하고 지도자와 선수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22차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 박사는 또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체육계에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별사법경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관할 검사장이 지명하는 일반직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수사 활동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반 사법경찰관리가 전문 분야 직무를 수행하기에 불충분할 수도 있기에 전문 행정공무원이 사법경찰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김 박사는 "인권관리관이 선수들의 인권 상담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사건이 터졌을 때 수사권이 없다면 조사에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며 "수사권을 지닌 특별사법경찰을 체육계 요소에 배치하면 폭력·성폭행 사건 발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가 엘리트 지상주의를 탈피하는 대책을 세워 스포츠 패러다임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과 관련해 김 박사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체감하기에) 상당히 먼 대책일 수도 있다"며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는 즉각적인 합숙 훈련 폐지를 경계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한국 체육의 폐쇄성을 두드러지게 한 합숙의 폐단을 인정하면서도 "운동하는 자녀를 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경우 아직도 합숙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끔 합숙 훈련 폐지가 전면적이 아닌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또 체육 지도자들이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 선수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고, 지방 교육청이 운동선수들의 합숙 기숙사를 직접 관리하면 지도자와 선수 간 폐쇄적인 구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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