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5일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날 서울·인천·경기 등에서는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5일 연속 시행된다. 박종민기자
일상이 된 미세먼지에 생활 필수품이 된 마스크 비용에 대한 부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숨 쉴 권리마저 빈부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에 여야는 취약계층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지원하는 예비비 집행에 합의했다.
약국과 편의점 등에서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KF 인증마크가 붙은 마스크는 대략 2천원에서 4천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재사용을 하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매일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2만원이 넘는 지출이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 마스크 가격을 낮추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라는 청원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를 지원하라'는 내용의 청원글은 200건이 넘게 올라온 상태다.
여야는 이날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사태에 포함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합의에는 취약계층에 미세먼지 마스크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비를 조속히 집행하고, 필요하면 추가경정예산도 검토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서울시의회도 아동과 노인 등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해, 오는 8일 본회의에서의 통과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조례안은 유치원과 초등학생 50만 7천여명,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6만 4천여명에게 연간 3매의 마스크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간 예산은 13억 9천만원 정도다.
마스크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소식을 두고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이상희(40)씨는 "마스크를 사는 비용이 정말 많이 든다. 어른들은 한 두 번씩 쓰기도 했는데 요즘은 자주 갈아줘야 하는 상황이니 더 힘들다"며 "시에서 나눠주는 것처럼 부담을 덜 수 있는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학(33)씨도 "회사 앞 초등학교 아이들을 보면 마스크를 안 쓰는 애들이 종종 있다"며 "모두가 내는 세금으로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마스크를 지급하는 정책이 미세먼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황진영(28)씨는 "마스크를 매일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예산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근본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서울시의회 권수정 의원은 "유엔에서도 공기질 악화가 인권의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