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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기생충', 볼 때마다 다른 영화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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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균 "'기생충', 볼 때마다 다른 영화처럼 보인다"

    [노컷 인터뷰] '기생충' 박사장 역 이선균 ②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선균을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기생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이선균의 두 번째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다. 그는 '끝까지 간다'로 초청받았으나 사정이 있어 당시에는 참석하지 못했고, 이번 '기생충' 때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모든 영화인이 꿈꾸는 곳에 입성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이선균은 무엇보다 '좋은 작품'으로 참여하게 되어 더 감격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기생충'이 정말 빼어나다고 생각했다. 그가 본 '기생충'은 복잡한 영화다. 되게 심플한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고, 희극인지 비극인지 헷갈리며, 코미디로 다가왔다가 먹먹함을 남기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기생충' 작품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나 보이면서 또 진지해 보였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자신이 느낀 감상을 오롯이 전달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부자와 빈자 묘사 방식'에서부터, 엔딩에 관한 생각,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줄곧 반복하는 '계획'과 '무계획'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문일답 이어서.

    ▶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두 번 봤다. 처음엔 스태프들하고 기술 시사 같이 봤는데 처음 볼 때는 이게(내용이) 잘 안 들어온다. 각자 (연기한) 파트만 보고 '아, 저렇게 했나?' 이렇게밖에 못 본다. 물론 처음 볼 때부터 (작품의) 만족감은 높았다. 두 번째는 칸에서 봤는데 코미디 상황극에서 기우(최우식 분)와 기택에게 좀 더 이입하다 보니까 저는 좀 많이 먹먹했던 것 같다. 칸에서 너무 좋아해주시고 박장대소해주셔서 저도 이 영화를 몇 번 더 보고 싶더라. 홍보를 위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세네 번 보시면 더 좋을 것 같다. 볼 때마다 다른 영화처럼 보인다.

    ▶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가 매우 한국적인 코미디라고 했는데 칸 현지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는 점이 재미있더라.

    일단은 가장 기택네 집이 가장 한국적이지 않을까. 반지하란 공간도 그렇고 생활감이 되게 많이 가 있으니까. 저희 집도 되게 나이스해 보이지만 굉장히 그 안의 계급이 보이는 가부장적인 모습? 그런 한국적인 설정을 외국인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걱정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사진은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기생충' 상영 전 레드카펫에서의 모습.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배우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정은, 송강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본인은 이 영화가 가진 유머 코드와 잘 맞았나.

    아니 일단, 저도 대본 처음 볼 때부터 이야기가 되게 심플한 거 같은데 너무 많은 것들이 내포돼 있고, 희극인지 비극인지 잘 모르겠더라. 대본 볼 때부터 이건 정말 빼어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상황적인 재미가 있어서 그 코미디가 1차로 다가왔는데, 두 번째 영화 볼 때는 먹먹함이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감독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니까, 기우 입장, 기택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 가장 많이 웃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저 혼자 칸에서 너무 웃어가지고… 정은 누나한테 너무 빠져가지고 (웃음) 감독님이 저를 쳤다, 웃지 말라고. (웃음) 혼자 너무 (웃음이) 터져가지고. 입만 떼도 너무 웃기더라.

    ▶ 조여정은 본인이 맡은 연교 외에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캐릭터로 문광(이정은 분)을 꼽았다. 혹시 그렇게 체험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내가 어리다면 기우일 것 같다. 다 그냥, (모든 캐릭터를) 느끼고 싶다. 그 역할로 고민도 해 보고 싶고, 이입도 해 보고 싶고. 특히 (기우는) 요즘 20대가 되게 많이 이입할 것 같다.

    ▶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인 가족을 동시에 보여준다. 가난한 기택네도 나름대로 뭔가를 열심히 시도해 왔으나 번번이 망했다. 영화를 찍고 나서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생기거나, 원래 그런 생각을 했다면 그게 더 강해졌는지 궁금하다.

    그게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먹먹하고 공감이 가는 거다. 특히 요즘은 20대 청년들 취업난도 많고… 저도 옛날에 한 번 처조카랑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저희 때랑 또 되게 다르더라. 대학 생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이 저희하고 너무 달라서, 어떻게 하라고 함부로 말할 수가 없더라. 얘기를 못 할 정도로 미안했다.

    ▶ 빈자와 부자 묘사 방식에 대해 관객들 의견이 갈리는데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저는 영화가 되게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또 되게 장르적이고 되게 연극적이고 유머러스해서 복합적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누구는 사실적이라고 하지만, 누구는 연극적이고 장르적이라고 하는 거다. 그게 되게 감독님 같다. 감독님이랑 대화를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너무 재밌다. 되게 차분하게 얘기하시는데도 거기에 예리함도 있고 되게 유머러스함도 있고 권위적인 것도 없고 복합적인 게 감독님하고 되게 닮아있는 것 같다, 그런 성향들이.

    끝없이 계단을 내려오는 '하강'의 이미지가 강한 기택네 동네(위), 언덕길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거대한 박사장네 집(아래) (사진=㈜바른손E&A 제공)

     

    ▶ 박사장이 '선을 넘지 않는 것'을 중시한다면, 기택네 가족은 '계획'을 거듭 말한다. 계획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도 없다는 기택의 '무계획론'에 동의하나.

    되게 마음이 아프다. 초반에 막 기분 좋게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얘기하는데, 그 말을 처음 들을 땐 되게 웃겼는데, 두 번째 볼 땐 되게 마음이 아팠다. 막 신나가지고 사기 칠 거 얘기하는 것, 계획 얘기를 되게 많이 하지 않나. '아버지, 전 계획이 다 있습니다' 이런 말들이 되게 코믹하게 다가왔는데 나중에는 그 단어가 나올 때 제일 먹먹하더라.

    ▶ 기존에 가난한 자와 부자에게 가졌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전개했다는 평도 있다.

    좋은 영화 같다. (일동 웃음)

    ▶ 엔딩은 마음에 들었나.

    전 되게 좋았다. 대본 볼 때도 기우가 산에 올라가서 동네 바라볼 때부터 해 가지고 '와, 이거는 정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정말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라고 해서 먹먹했다.

    ▶ '기생충'은 보는 사람마다 감상 포인트가 다르고 해석도 풍부하게 이뤄져서, '기생충 해석'이 자동 검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활발히 의미를 부여하는 건 관객들 몫이니까, 재밌게 보고 있다. 저도 내용 다 알고 있지만 두 번째 볼 때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대본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도 (영화에서) 훨씬 더 많이 다가오기도 했다.

    ▶ 봉 감독이 자료집에 스포일러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긴 했지만, 그런 걸 고려해도 스포일러가 꽤 잘 지켜지고 있다.

    일단 기자분들이 제일 잘 지켜주시는 것 같다. (웃음) (스포일러가 공개되지 않아야) 영화적 재미가 좀 더 있지 않나. 저희가 유난 떠는 것 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자분들도 너무 잘 얘기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안 본 관객들이) 더 궁금해하는 것 같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 당시 '기생충' 팀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칸에 다녀왔는데 소감은.

    일단 모든 영화인이 꿈꾸는 곳이지 않나. (웃음) 갈 때 되니까 너무 아쉽더라. 첫날 이튿날은 동네 구경도 좀 하다가 '나한테 이런 일이! 이런 경험을 해 보는구나!' 하고 믿기지도 않고 너무 좋았다. 레드카펫 밟을 때도 너무 벅찼는데 (한국으로) 갈 때 되니까 가기 싫더라.

    ▶ 한국영화 최초로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탔다.

    제 일 같지가 않아서. (웃음) 너무 감사하고 '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했다. 여러 가지 뭐, 감독님이랑 같이 작업한 것부터 지금까지, 칸 갔다온 것, 흥행 잘 되는 걸 떠나서 모든 게 너무나 감사하고 그냥 너무 좋다.

    ▶ 황금종려상 수상 장면을 새벽에 생방송으로 봤다고 했는데.

    (화면이) 너무 끊기는 거다! (일동 웃음) 생방으로 상 받는 거 볼 때가 더 울컥했다. 새벽에 월드컵 볼 때 막 승리한 것처럼. 잠 깨 가지고 맥주 두 캔 먹고 잤다.

    ▶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어떤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진 않나.

    과하게 제가 그런 걸 느끼기가… (일동 웃음) 벅차다. 너무 운 좋게 훌륭한 팀 만나서 너무 벅차다. 한국영화 100주년이어서 더 축하해주시는 것 같다.

    ▶ 봉 감독은 영화 개봉하면 가벼운 변장을 하고 극장에서 관객들의 생생한 후기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그럴 계획이 있나.

    원래는 (제 영화 보러) 잘 안 간다. 보통 시사까지 한 3번 보니까. 한 번 더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엔 저도 좀 가서 보고 싶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배우 이선균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하루에 1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기생충'을 봤다. 지난 주말에 무대 인사할 때 관객들 반응은 어떻던가.

    처음 겪어본 거라… (웃음) 너무 좋았다. 저는 어제(2일)는 못 했고 하루 했는데 응원 많이 해 주시고 잘 보고 계신 것 같았다. 어떻게 설명하질 못하겠다. (웃음) 계속해 왔던 일인데… 의외로 차분해지는 것도 같다. '뭐지? 이게 뭐지?' 싶기도 하고.

    ▶ 차기작은.

    '킹메이커' 영화 찍고 있다. 저는 오늘(3일)부로 공식적으로 ('기생충') 홍보 활동이 끝난다.

    ▶ 최근 들어 작품을 쉰 적이 없는 것 같다. 괜찮은가.

    '기생충'이 많은 힘을 주고 있다. 요새 좀 힘들었는데. 아하하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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