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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않아' 전여빈이 생각한 '가장 우화적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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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치지않아' 전여빈이 생각한 '가장 우화적인' 장면

    [노컷 인터뷰] '해치지않아' 해경 역 전여빈 ①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해치지않아' 해경/나무늘보 역 배우 전여빈을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 영화 '해치지않아' 내용이 나옵니다.

    빚 갚느라 돈 될 만한 건 다 팔아야 해서 졸지에 '동물 없는 동물원'이 된 동산파크. M&A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수습 계약직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는 이 답 없어 보이는 판에 뛰어든다. 동산파크 직원들이 탈을 쓰고 동물 연기를 하자는 황당무계한 계획을 처음부터 환영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뾰족한 수가 없기에 이들은 꽤 열심히, 심지어 진지하게 이 작업에 몰두한다.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는 겉은 동물, 속은 사람인 이들을 주인공으로 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비추거나 비튼다는 면에서 '우화'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낭만적이기만 한 '동화'가 아닌 이유는, 피하고 싶은 쓰라린 현실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뒤탈 없이 일을 처리하고 싶어서 유령 회사를 만든다거나, 수익을 제1 목표로 삼아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에는 무관심하고, 정말 그럴 마음이 없더라도 '지금 이 시대가 원하는 것'에 민감해 시늉이라도 하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해치지않아' 사육사 해경과 초대형 나무늘보 1인 2역을 연기한 배우 전여빈을 만났다. 손재곤 감독에게 한참 전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던 그는 나무늘보를 맡아달라는 부탁에 "장난치는 줄 알았"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곧 매료됐다. "재미있으면서도 그 안에 너무 착한 이야기가 있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추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전여빈은 '해치지않아'를 우화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우화 같다'고 느낀 장면은 어디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 얼마 전에 언론 시사회가 있었는데, '해치지않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너무 재미있었고 재미있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너무 착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보는 분들이 웃으면서도 많은 마음을 얻어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영화는 우리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척도, 친구들도. 편하게 연락해서 막 추천할 수 있는 영화! (웃음)

    ▶ 최근 가족 시사도 한 것으로 아는데, 영화 본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사흘 전인가 가족-스태프 시사회를 했다. VIP 시사회는 없었던 것 같고. 친구들이 많이 왔는데 굉장히 좋아했다. 되게 응원해주고 싶은 영화라고 하더라. 이 영화에 나온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다고도 했고, 뭔가 아이처럼 깔깔댔다고 하더라. 실제로 아이들도 왔고. 그 친구들이 (전부) 이해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지만, (영화 보며) 막 웃는 걸 보면서 (제 친구들도) 어린아이처럼 더 잘 웃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 '해치지않아'에 합류한 계기는.

    사실 '죄 많은 소녀' 캐스팅 전에 제안을 받았다. (제가) 단편 찍은 게 있었는데 손재곤 감독님이 그 감독님 친구분이어서 우연히 차를 마시게 됐다. 약속한 건 아니고. 그 이후로 따로 연락한 적은 없었고, 그냥 저를 '구해줘'라는 드라마랑 문소리 감독님의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에서 보신 거다. 차를 마셨을 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서 언젠가 한 번 작업해야지 생각하시다가 '해치지않아' 프로젝트 들어가면서 바로 제안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며 전화를 주신 거다. 그래서 감독님 만나러 갔다. 글을 보고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으니까 일단 보고 충분히 고민한 후에 거절해도 된다고, 굉장히 정중하게 말씀해주셨다. 회사를 통해서 전달하신 것도 아니고.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해치지않아' (사진=디씨지플러스, 어바웃필름 제공)

     

    저는 '이층의 악당'(2010),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을 어렸을 때 아주 재미있게 봤다. 손 감독님은 그냥 편한 자리에서 봤을 때 굉장히 좋은 사람, 좋은 선배 같은 느낌이었다. 이미 그런 상태에서 만난 거다. "이 영화는 동물원에 관한 영화에요. 여빈 씨에게 제안하고 싶은 역할은 나무늘보입니다"라고 하셔서 장난을 치시는 줄 알았다. (웃음) 제가 "네?" "네?" 하니까 "하하하" 하고 웃으시면서… (웃음) 손 감독님을 아시면 '하하하!' 하는 이 웃음 톤을 아실 거다. (일동 웃음) 손 감독님이 '지금 얘기하긴 그렇고 읽어보시면 알게 될 거다, 진짠지 가짠지'라고 하셨다. 집에 가서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기뻤다. 이 사람들의 고군분투 속에 해경이가 나무늘보로 있는데, 저도 거기 있고 싶더라.

    ▶ 캐스팅되고 나서 손 감독에게 캐스팅 이유를 물은 적이 있나.

    그게… 너무 자화자찬이 될 것 같다. (웃음) 사실 감독님한테 묻진 못 했다. 이거('해치지않아') 찍고 하신 (손재곤 감독) 인터뷰를 봤는데, 작품 속에서 뭔가 반짝거리는… (쑥스러운 미소) 그 기운이 좋아서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하셨더라. 그리고 작품마다 다른 모습의 사람으로 분하니까 실제 자기가 느꼈던 전여빈과 작품(속에서)의 차이가 좋았다고 하시더라. '해치지않아' 캐스팅되고 나서 제가 '죄 많은 소녀' VIP 시사회에 감독님을 초대했다. 그거 보고 나오시더니 "제가 캐스팅을 잘 못 했나 봐요" 그러시는 거다. (웃음) 영희 역은 굉장히 어둡고 센 역할이니까. "해경 씨, 나무늘보 괜찮겠죠?" 하고 웃으시더라. (웃음)

    ▶ '나무늘보'가 아니라 그걸 연기하는 '해경'이란 캐릭터를 봤을 때 받은 느낌은.

    표현을 많이 하는 친구 같지는 않았다. 이 영화가 휴먼 코미디라고 할지라도 해경이라는 친구는 아주 과장되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모티콘도 되게 많이 보내고, 남자친구와 정서적으로 분리가 안 돼 있을 정도로 많이 의존한다. 집착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근데 다른 사람들에겐 남자친구한테 하는 것처럼 표현을 과하게 하진 않았을 것 같다. 또, (남자친구에 대한) 심정적 의존도는 높지만 일터에서의 해경은 또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 같았는데, 역시 무심하지만 귀여운 구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봤다.

    나무늘보(라는 역할)를 만나고 나선 조금 변할 것 같았다. 나무늘보일 땐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낄 것 같아서, 그 탈을 입었을 땐 조금 더 다른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평소에 행동하지 못하는 것들을, 탈의 도움을 받아서 표현해야 한다고 할까. 그랬던 장면이 고릴라(김성오 분)가 우리에 들어왔을 때, "선배, 저녁은 안 드실 건가요? 전 '아무거나'라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라고 한다. 어쩌면 탈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얘기하지 않았을까. 그때가 해경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 해경은 남자친구 성민(장승조 분)에게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이지만, 동산파크가 잘됐을 때 새 원장 태수에게 고맙다고 유일하게 문자를 보내는 인물이다. 그래서 속은 따뜻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어, 그걸 알아봐 주셨다니! (미소) 문자 내용은 너무 잘 넘어가기 쉬운 거라 모르실 줄 알았다. 저는 그렇게 문자 보내는 해경이의 마음이 좋았다. 얘가 사람들한테 티를 많이 내는 성격은 아니다, 자기가 가진 마음을. 마음이 떠나버린 남자친구한테 자기가 가진 삼천만 원을 다 줘버린 건, 이 동물원, 동물원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그런 표현을 안 하고) 정직하게, 아주 정직하게 보낸다. 그런 톤을 가진 해경이라는 친구를 (영화에서) 너무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전여빈은 '해치지않아'에서 평소 모든 일에 심드렁하고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하지만 남자친구의 메시지에는 0.1초만에 반응하는 남친바라기 사육사 해경 역을 연기했다. (사진=디씨지플러스, 어바웃필름 제공)

     

    ▶ 동물 탈(수트)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나무늘보 탈을 봤는데 제가 영상으로 찾아봤던 나무늘보하고는 사뭇 달랐다. 나무늘보? 저게? (웃음) '스타워즈에 나오는 츄바카 같은데?' 제가 그랬는데 그걸 감독님이 대사로 쓰신 거다.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 나무늘보 말고는 '와, 이거 진짜로 믿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감독님이 영화 들어가기 전에 외국 영상 중 탈을 쓰고 동물원에 들어가서 놀래키는 몰래카메라를 보여주셨는데, 그걸 다 믿더라. 생각해 보니까 그런 거다. 저도 동물을 봤을 때 사자랑 호랑이가 계속 잠만 자고 있어서 저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길이 없었다. 진짜로 만나본 적이 없는데 (눈앞의 동물은) 계속 잠을 자고 있으니까. 그 얘기를 해 주시니까, 저는 충분히 이 영화가 가능할 거라는 믿음이 좀 있었다. 이야기의 힘이 있었고.

    우리 영화 소재가 좀 기발하기도 하고 현실적이진 않으니까, 충분히 이 이야기에 같이 상상하며 이입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오히려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북극곰이나 고릴라는 보고 있으면 진짜 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저희 모습 중 가장 허술하게 지어진 건 기린이랑 사자였다. 사자는 그 꼬리 부분이 가장 허술했기 때문에 (웃음) 현장에서 제일 귀여웠다. 소라(소원/사자 역) 다리가 얼마나 롱다리냐. (웃음) 사자 수트는 다리가 굉장히 짧게, 꼬리는 또 길게 제작됐다. 그 뒷모습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면 뒷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더라. 꼭 이거 '분장실의 강 선생님' 그거 같지 않냐고 얘기했다. "똑바로 안 해?", "발톱 제대로 갈아오랬지?", "털 빗질이 안 됐다" 이런 개그 서로 날리고 그랬다. (웃음)

    ▶ 이야기를 들어 보니 대기 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을 것 같다.

    대기 시간 자체가 서로 토크쇼 하는 것 같았다. (웃음) 현실판 '분장실의 강 선생님'이 되었다. 박영규 선생님께서는 북극곰 옷 입고 있다가도 노래하는 걸 좋아하셔서 (저희에게) 노래 불러주시기도 했다. 진짜 '개콘' 현장 같았다. 재홍 오빠는 수트 입고 간식 먹고 있을 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거다. 쳐다보고 있으면 "늘보야, 너도 먹어" 이러는데 되게 재밌었다.

    ▶ 동물 탈이 무척 비싸다고 하던데, 촬영할 때 신경 쓸 부분이 많았겠다.

    저희 제작비의 가장 큰 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웃음) 해외의 아주 좋은 업체를 통해 받아온 털이라고 하더라. 그걸 최대한 진짜처럼 구현하기 위해서 애썼다. 진짜처럼 보여야 하지만 우리 영화 설정상 허술함도 보여야 했다.

    ▶ 탈 쓰고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특히 힘들었던 점은.

    (촬영할 때) 굉장히 추웠다. 입으면 따뜻함을 느껴서 잘됐다 싶었다. 우리는 참 날씨 운도 좋아서 패딩 대신 에코 퍼 입고 있다고들 말했다. "내 에코 퍼야~ 올해 트렌드야" 그런 장난을 치기도 했고. (웃음) 털 자체가 많이 무겁다. 입고 벗을 때 굉장히 손이 많이 갔다. 입으려면 두세 명이 도와줘야 입을 수 있었다. 화장실 가기가 번거로워서 입는 순간 마시는 건 금지였다.

    배우 전여빈 (사진=황진환 기자)

     

    ▶ 나무늘보는 나무에 매달린 장면이 꽤 있는데 실제로 매달린 건가.

    실제로 매달린 거다. 컷할 때까지만 매달리면 되는 거였다. 안전장치는 당연히 다 되어 있었다. 영화사와 감독님이 저희 배우들을 정말 배려해 주셨다. 모션 디렉터, 모션 액터분들을 따로 팀으로 구성해 주셔서 언제든지 도움받을 수 있게끔 해 주셨다. 그래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나무늘보가 고릴라에게 저녁 약속 있냐고 묻는 장면을 해경의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된 장면으로 꼽았다. 고릴라에게 나무늘보가 업힌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저도. (웃음) 우리 영화 자체가 어른을 위한 우화 같기도 하지 않나. 그 장면이야말로 가장 우화적인 장면이 아닐까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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