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동네 약국마다 2장의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던 지난 한 주, 온라인에도 몇 장을 더 구하기 위한 구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공적 마스크 물량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제품이 팔리고 있는 것인데, 소량인 만큼 사람들은 이를 '금(金)스크'라고 칭하며 구매를 위한 클릭 전쟁을 펼쳤다. 구매 성공을 위한 관건은 정보와 시간으로, 둘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이는 줄을 서서 구한 공적 마스크로 일주일을 버텨야 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1000원대 가격에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대부분 품절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단지성'을 발휘해 마스크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수백 명이 모여 구매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아침마다 이 채팅방 공지 글에는 마스크 판매 사이트 10여 곳의 주소 링크와 이곳에서 물량이 풀리는 예정 시간이 새롭게 전파됐다. 참여자들 각자가 해당 정보를 수집해 업데이트하는 식이다.
공유된 사이트들은 대부분 한 번에 5장 안팎으로 비교적 저가에 판매하는 곳이었다. 시간 공지 없이 마스크가 풀리는 '게릴라 판매 사이트'들의 주소도 공지에 포함됐다.
(사진=연합뉴스)
판매 예정 시간이 다가오면 채팅방 참여자들은 "대기하라"고 서로에게 알렸다. 대기자들은 긴장 속에서 구매창이 뜰 때까지 '사이트 새로 고침'을 반복했다.
그러다 판매가 시작되자 곧바로 희비가 엇갈렸다. "구매에 성공했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미 품절된 상황에서 "왜 사이트가 열리지 않느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었다.
직접 구매에 도전해봤지만, '현재 유입 폭주로 구매가 어렵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밖에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마스크를 산 사람들에게는 "축하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아울러 "30분 넘게 새로 고침을 했는데 구매버튼도 보지 못했다"며 '구매법'을 알려달라는 질문도 쏟아졌다. 구매 타이밍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한 새로 고침법부터, '모니터에 사이트 창 여러 개를 효율적으로 띄워놔야 한다'는 식의 복잡한 답변이 이어졌다.
인터넷에 익숙한 이들도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만큼, 채팅방에서는 "젊은이들은 온라인에서 줄을 서고, 어른들은 약국에서 줄을 선다"라는 말도 나왔다. "일주일 동안 구매에 도전했는데, 몇 장 사지도 못했다. 이제 그만 하겠다"고 포기를 선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정보와 시간이 있더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경쟁이 펼쳐지다보니, 온라인상에서는 불법의 유혹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가 자동으로 마스크 구매 작업을 하도록 하는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도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도 '매크로 거래'를 수사하고 있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해 소량 구매를 하는 이들까지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마스크를 수십 장씩 한꺼번에 비싼 값에 판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매점매석과 불량 마스크 판매 단속에도 집중하고 있는 경찰은 "돈만 받고 물건은 주지 않는 사기 판매글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식의 구매 경로를 활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