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사진=연합뉴스
4·15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통합당은 아직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지 못하고 있다.
선대위는 총선전(戰)의 총사령부 격이다. 전체 선거판의 전략과 메시지를 지휘한다. 각 지역 선거구에서 벌어지는 야전의 전황을 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통합당은 총선의 총감독 격인 선대위원장 영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일찌감치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서울 종로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용 지도부를 꾸린 상황과 대조된다.
어려움을 겪는 중심에는 '김종인 선대위'에 대한 이견이 자리잡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적임자로 낙점하고 영입에 나섰지만, 결실을 못내고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에 대한 선대위원장 선임 안건은 오는 19일 최고위 의결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당초 지난 9일, 12일 각각 의결 전망이 있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지난 13일 심야 긴급 최고위가 소집돼 오는 16일 의결을 추진했지만, 다시 한 번 결정이 연기됐다.
결정이 미뤄지는 배경에는 공천과 관련된 당내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선대위를 이끌기 위해 자신의 컨셉에 맞는 공천 기조를 바라는 반면, 통합당의 공천은 김 전 대표와 전혀 교감 없이 진행되고 있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의 전격 사퇴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에게 사천 의혹이 제기되자, 민경욱 의원에 대한 컷오프 결정을 뒤집으며 '도로 친박당' 논란을 빚었다.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선 황 대표의 면을 살려주며 공천위의 독립성을 확보하려 봉합책을 꺼낸 셈이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과 부산 일대의 공천에 대해 제기된 사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지도부는 일단 이석연 부위원장을 공관위원장 대행으로 추인하며 공관위를 재신임했다. 그러나 동시에 "논란이 여전히 있다"는 점을 지적해 계속해서 재심의를 요구하며 공관위의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김종인 전 대표 영입을 주말로 미루면서 공관위원장 없는 공관위를 추인한 것은 결국 최고위가 공천 작업의 마무리까지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김 전 대표에게 공천의 최종 조정을 허락하지 않는 대신 선거의 총괄 업무만을 맡기겠다는 포석이다.
상황이 김 전 대표에 대해 유보적인 기류로 전환된 데는 컷오프 결정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에 따르면 김 전 대표가 공천에 개입할 경우 홍 전 대표 컷오프가 번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회의 중 제기됐고, 급기야 '상임 선대위원장 없는 선대위'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대안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시 1~2인의 최고위원이 김 전 대표 역할의 필요성을 들며 반박하면서 '김종인 계속 접촉'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최고위와 공관위가 공천에 대한 미세한 조정을 통해 김 전 대표가 원하는 컨셉에 맞추는 대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역시 공천에 대한 개입은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라 김 전 대표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