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젯 스피너와 진단용 스피너.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몇 해 전 장난감으로 유행했던 '피젯 스피너'에 착안해 소변 같은 샘플을 넣고 돌리면 간단하고 정확하게 세균 감염을 진단할 수 있는 기구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오지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8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조윤경 그룹리더 연구팀이 개발한 진단 기구는 수일이 걸리던 감염성 질환 진단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한 것은 물론 100% 진단 정확도를 보인다.
연구팀은 적은 힘으로도 오랫동안 회전할 수 있는 피젯 스피너(여러 갈래의 플라스틱판으로 된 장난감)의 원리에 착안해 손으로 돌리는 미세유체 칩을 구상했다.
㎛(마이크로미터) 지름의 미세한 관 안에서 액체 흐름을 조종해 시료를 처리하는 미세유세 칩으로 전기 없이 원심력을 이용해 병원균을 높은 농도로 농축했다. 이후 시약을 사용하면서 세균을 검출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진단용 스피너에 소변 1㎖를 넣고 1~2회 돌렸을 때 필터 위에 병원균이 100배 이상 농축된다. 이 필터 위에 시약을 넣고 기다리면 살아있는 세균의 농도를 색깔에 따라 육안으로도 판별할 수 있고 추가로 세균의 종류도 알아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세균 검출 후에는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진단용 스피너에 항생제와 섞은 소변을 넣고 농축한 뒤 세균이 살아있는지 여부를 시약 반응으로 확인하는 식이다.
이 과정은 농축에 5분, 반응에 각각 45분이 걸려 2시간 이내에 감염과 내성 여부를 모두 진단할 수 있다.
진단용 스피너 작동 방법.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이 칩을 이용해 인도 타루치라팔리 시립 병원에서 39명을 대상으로 세균성 질환 검사를 한 결과 1시간 안에 결과가 나왔다. 배양 검사에서 찾아내지 못한 세균까지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조윤경 그룹리더는 "이번 연구는 미세유체칩 내 유체 흐름에 대한 기초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미세유체칩 구동법을 개발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항생제 내성검사는 고난도인 데다 현대적인 실험실에서만 가능했는데 이번 연구로 빠르고 정확한 세균 검출이 가능해져 오지에서 의료 수준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제1저자인 아이작 마이클 연구위원은 "진단용 스피너는 개당 6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