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올 시즌 3연패에 빠지는 등 첫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주포 오재일(사진)을 비롯해 오재원, 허경민 등의 줄부상으로 당분간 쉽지 않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올 시즌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처음으로 연패를 당한 데 이어 3연패까지 안았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위기 돌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산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삼성과 홈 경기에서 3 대 4 역전패를 안았다. 지난 14일 한화와 대전 원정까지 3연패다.
특히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내고도 당한 패배라 뼈아팠다. 알칸타라는 지난달 5일 LG와 시즌 개막전 6이닝 3실점 패전 이후 6연승을 달린 승리의 보증수표. 5월 12일 롯데전 5이닝 4실점, 지난 4일 kt전 5이닝 5실점 등 부진해도 타선의 지원을 업어 승리를 따냈다.
삼성전에서 알칸타라는 6이닝 7탈삼진 6피안타 3사사구 3실점으로 나름 호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 158km에 이르는 속구로 삼성 타선을 압박했다. 다만 3 대 1로 앞선 6회 볼넷 2개 등으로 맞은 2사 만루에서 대타 김지찬에게 속구를 밀어붙이다 2타점 적시타를 맞은 게 아쉬웠다.
사실 두산은 지난 14일 하루에만 한화에 충격의 2패를 안았다. 13일 비로 중단된 게임을 이어서 했는데 9회초까지 6 대 6으로 팽팽히 맞섰지만 9회말 함덕주가 노태형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다음 경기에서도 2 대 3으로 지면서 연패를 안았다. 한용덕 감독의 사퇴와 역대 최장 연패 불명예 기록 위기에 놓인 한화에 당한 연패라 후유증은 컸을 터였다.
더욱이 두산은 이전까지 KBO 리그에서 유일하게 연패가 없는 팀이었다. 올해 승률 7할 이상 고공 행진을 달리는 NC도 연패를 당한 적이 있지만 두산은 없었다. 그만큼 전력이 탄탄해 쉽게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기업은 두산 그룹의 경영 위기로 구단 매각설까지 나온 가운데 꿋꿋하게 선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두산은 주전들의 줄부상을 더는 견디지 못했다. 주전 2루수 오재원과 3루수 허경민이 각각 허벅지 부상과 오른 새끼손가락 미세 골절로 빠져 있고, 1루수 오재일도 옆구리 부상으로 15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외야수 박건우, 유격수 김재호, 포수 박세혁 등도 몸이 성치는 않다. 주포 김재환까지 극심한 타격 침체에 빠져 있어 타선의 무게감이 확 떨어진다.
두산은 리그 최약체로 꼽히는 한화에 주말 2연패를 당했다. 사진은 14일 박세혁이 2루에서 포스 아웃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사실 한화와 3연전에 두산은 임시 선발 투수가 2명이나 됐다. 12일 최원준은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지만 14일 등판한 박종기는 4⅔이닝 5탈삼진 3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이용찬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가운데 크리스 플렉센도 허벅지 통증으로 지난 6일 KIA전 이후 1군에서 제외됐다. 플렉센은 17일 복귀하지만 우완 이영하도 팔이 무겁다는 이유로 등판 일정이 미뤄졌다.
불펜도 불안감이 적잖다. 함덕주가 14일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아쉬움을 남긴 데 이어 16일에는 김강률이 패전을 안았다. 당초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전 "김강률이 계속 좋은 공을 던지고 있어 필승조로 쓰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강률은 이날 7회 1사 1루에 등판해 김상수, 구자욱을 땅볼 처리하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8회 1사에서 이원석에게 2루타를 맞고 흔들렸다. 김강률은 2루 악송구까지 던져 1사 3루에 몰렸고, 이학주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강판했다. 박치국이 이성규에게 희생타를 맞아 김강률이 실점을 기록했다. 이날의 결승타였다.
두산은 이날 삼성보다 안타에서는 6 대 8로 뒤졌지만 사사구는 10개나 얻어내 삼성보다 6개나 많았다. 그럼에도 1점 차 패배를 안았다.
특히 9회말 2사 1, 2루 기회가 아쉬웠다. 삼성은 오승환을 마무리로 올렸지만 1년의 공백과 7년 만의 KBO 리그 세이브 상황이 어색한 듯 흔들렸다. 2사 뒤 연속 볼넷으로 득점권에 몰렸는데 두산은 대타 요원이 없었다. 대주자로 8회 투입된 이유찬이 안간힘을 썼으나 3루수 파울 뜬공으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야수들의 공백이 아쉬웠던 이유다.
두산은 최근 5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오른 리그 최강팀이다. 이 중 2015년과 2016년 2연패를 이뤘고, 지난해 3년 만에 다시 왕좌에 올랐다. 하지만 그만큼 주전들의 피로도도 상당하다. 격전의 후유증이 쌓여 올 시즌 줄부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모기업의 위기에도 뚝심의 야구를 펼쳐온 곰 군단. 과연 올 시즌 찾아온 첫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