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뚜렷이 보인다"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결정된 지난 6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평소보다 더 날선 단어로 공격에 나섰다.
당 안팎에선 "친문 당원들의 반발에도 확실히 자신의 노선을 드러내며 치고 나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노선 경쟁…"앞으로도 3·4차 재난지원금 필요성 말할 것"이 지사는 일찌감치 기본소득과 관련한 이슈를 선점해 왔다. 지난 4월엔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경기도형 재난 기본소득을 발표했고, 5월엔 1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이낙연 대표 측에서도 "기본소득을 일종의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견상 정책에 대한 자기소신을 밝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대권 경쟁자인 이 대표와 각을 세운 거라는 데엔 이견이 없는 셈이다.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선별 지급과 보편 지급에 대한 여론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굳이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운 것은 이 지사가 자신의 노선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얘기도 된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지사는 3·4차 재난지원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계속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에 대해 용인대 최창렬 정치학과 교수는 "친문의 강고함에 불만을 가진 민주당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사가 소신 발언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미 친문 당원들과 대선까지 같이 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노선 경쟁이 시작된 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을 거치며 대선 레이스가 윤곽을 드러내야 노선 경쟁이 두드러질 거라는 설명이다.
이 지사에 대한 친문 당원의 적개심도 여전하다.
이번에도 당원 게시판에 이 지사의 제명을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이 지사는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자 "정부의 일원이자 당의 당원으로서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치고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이 지사는 '보궐선거 무공천'을 주장했을 때에도 친문 당원들의 비판이 나오자 거둬들인 바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친문도 분화? "이재명 같은 후보는 여러 명 있었다" vs "분위기 달라져"친문 당원들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소위 친문 의원 간 기류도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들은 "지금 이 지사가 옛날처럼 친문과 관계가 안 좋은 건 아니다"라며 "친문 의원들 사이에서도 예전처럼 이 지사를 비토하는 분위기는 없다. 친문 내 특정 계층이 안티 성향을 강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문이 분화하고 표면적으로 당내 계파색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민주당 당대표·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의 조직적 움직임이 크게 없었고, 이 대표에 대한 친문의 지지도 유보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초선의원들의 경우 이전과는 제각각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초선이 원내에 많이 들어오면서 친문 영향력이 이전보다 약해졌다"며 "언론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으니 외부적으로 말을 하지 않을 뿐 친문 의원들이라고 해서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노선에 공감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일각에선 이 대표가 6개월이라는 짧은 임기동안 재보궐 선거는 물론 코로나19 국난 극복, 의정 협의 등 굵직한 난제들을 잘 풀어내고 대선 후보까지 사실상 낙점받을 거라는 전망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전대 당시 친문 핵심 관계자들 일부가 차기 대선 후보를 염두에 두고 이 대표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말도 무성했다.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이를 불식하고자 오히려 물밑에서 이 대표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가 원조 친노 출신이 아닌 데 대한 스트레스가 당 안팎에 퍼져있고, 이를 이 지사가 역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다만, 집권여당의 대표와 경기도지사의 위치는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여전히 강하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지 일일이 반론에 대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예전에도 대권 주자로 언급되는 '유력한 분들'은 여러 명 있었지만 나중에 보면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라며 "이 대표가 이 지사나 대선 레이스만 의식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