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2002년생 고3 학생
요즘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고 있죠. 학생들은 학교를 못 간 지 오래 됐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수시로 합니다. 그런데 수능시험을 90일 앞둔 고3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입시 일정을 모두 소화해야 합니다. 수도권에서는 고강도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죠. 그래서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는 등교를 안 합니다마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고3만은 유일하게 등교하고 있습니다.
그냥 등교만 하는 게 아니고요. 수업도 해야 하고 모의고사도 치러야 하고 면담도 해야 하고 입시 서류 준비도 꼼꼼히 해야 한답니다. 아니, 고3들이라고 왜 안 불안하겠습니까? 당연히 불안하죠.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그야말로 살얼음판 고3 생활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의 얘기를 직접 듣고 우리가 해답을 줄 수는 없더라도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한번 만나보죠.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고3 학생 안녕하세요.
◆ 고3>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3들은 그러니까 서울이든 인천이건 제주건 할 것 없이 다 등교를 하는 거죠?
◆ 고3> 네. 저희 학교 고3들은 모두 등교하고 기숙사 생활도 하고 있고, 다른 학교도 다 등교하고 있어요.
◇ 김현정> 매일 등교고. 심지어 기숙사에서 24시간을 같이 보내기까지 하는 거예요?
◆ 고3> 네.
◇ 김현정> 고3들 요즘 학교 가면 뭐하는 겁니까?
◆ 고3> 요즘 계속 수시 원서 쓰고 있거든요. 선생님이랑 상담 계속 하면서 자소서도 쓰고 그러고 있어요.
2021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 6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한형기자
◇ 김현정> 마스크 끼고 면담하고 수업하고 기숙사 생활까지, 24시간이 쉽지 않을 텐데요.
◆ 고3> 네, 그래서 천식 같은 게 있는 친구들 굉장히 힘들어하고 사실 다들 정말 답답해하고 있어요.
◇ 김현정>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고3이니까 딱하다, 좀 봐주자, 이런 거 아니잖아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건데 좀 불안해들하죠?
◆ 고3> 네, 친구들 다 학교에 나와서 계속 등교를 해야 되는 거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중요한 시기에 학교를 안 나오는 것도 그렇고.
◇ 김현정> 안 갈 수도 없고.
◆ 고3> 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에요.
◇ 김현정> 우리 인터뷰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고3 학생들도 다 비슷한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면서요. 제일 힘들어하는 건 뭐예요?
◆ 고3> 고3은 코로나로 3학년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가 부실한데 N수생들은 생기비가 가득 채워져 있다 보니까 지금 고3들이 N수생들이랑 동등한 경쟁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요. 생기부를 제출하는 비교과 시험으로 치르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되게 힘든 부분이죠.
◇ 김현정> 이런 부분에 있어서 현재 고3들, 재학생들은 확실히 불리하다 이런 말씀.
◆ 고3> 네.
◇ 김현정> 그런데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 쪽에서 이번 고3들에 대해서는 혜택을 준다고, 배려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 고3>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없어서 저희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나중에 합격을 했을 때 혹은 불합격을 했을 때 정말 고3들에게 그런 혜택이 주어졌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답답해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가 시작된 지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남부교육지원청에서 수험생들이 원서 접수를 하고 있다. 이번 수능 원서접수는 3일부터 18일까지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다. 토요일과 공휴일 제외. 박종민기자
◇ 김현정> 결과 나오고 나서 채점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게 아니니까 도대체 이게 뭐 때문에 그렇게 됐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 고3> 네.
◇ 김현정> 게다가 아주 근본적인 문제입니다마는 수업이 온라인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들. 이 부분을 놓고는 뭐라고들 얘기해요? 일각에서는 어차피 고3 때는 학교에서 수업 많이 안 한다 그러니 큰 문제 없다라고들 얘기들도 하는데 실제로는 어떻게들 생각해요?
◆ 고3> 아무래도 온라인 클래스가 정해진 수업시간을 다 지켜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면 45분이면 20분짜리 동영상을 본다든가 이런 식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그 남는 시간에 경제력이 되는 친구들은 사교육을 받을 거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격차가 걱정이 되죠.
◇ 김현정> 우리 인터뷰하는 학생의 경우는 어땠어요? 사교육으로 보충 받았어요?
◆ 고3> 공부할 때 지원을 해 줄 정도로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 같은 곳도 이용하지도 못했고 그러다 보니까 경제력이 되는 친구들은 조용한 환경에서 케어를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씁쓸했고 인터넷 강의도 대부분의 고3은 EBS보다 사설 강의를 많이 듣거든요.
◇ 김현정> 사설 강의라면 온라인 학원들.
◆ 고3> 네. 사설 강의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까 결제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 김현정> 그러면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됐었으면 그런 부분들은 보충이 됐었을 거라고 보는 거예요?
◆ 고3> 아무래도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은 사교육을 받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심리적으로라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사교육 할 시간도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까 격차가 더 벌어지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학교에서 똑같이 12시간을 있었으면 그 나머지 시간, 돈으로 케어 받는 시간이 그나마 좀 줄었을 텐데 지금은 집에서 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에 격차가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불안함.
◆ 고3> 네.
◇ 김현정> 부모님들도 속은 얼마나 타실까 싶네요.
◆ 고3> 저희 부모님은 지원을 해 주겠다 하시지만 경제력을 알다 보니까 공부를 하면서도 죄송하고 그냥 그래요.
◇ 김현정> 효녀네. (웃음) 참 마음이 아픕니다. 이게 고3들뿐만 아니라 지금 학생들 사이의 학력 격차 문제가 심각해요.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못 받는 상황에서 사교육을 충분히 받는 학생과 형편상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문제, 이거 심각한데 고3은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학생 힘내시고요.
◆ 고3> 네.
◇ 김현정> 인터뷰 아주 똑소리 나게 하는 거 보니까 잘 될 거예요.
◆ 고3>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3들 대표해서 뉴스쇼 출연하신 거니까 듣고 계신 우리 국민들께 이 말씀은 꼭 하고 싶다 있으면 하세요.
◆ 고3> 저희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신종플루 때문에 힘들어했고 그다음에 또 메르스가 있었고 그리고 6학년 때는 세월호로 수학여행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때가 그때군요.
◆ 고3> 그래서 그냥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 저주받았다, 그런 식으로 말하곤 해요.
◇ 김현정> 저주받은 02년생이다, 이런 얘기?
◆ 고3> 네.
◇ 김현정> 아이고. 지금 씁쓸하게 웃으면서 얘기합니다마는 당사자들은 얼마나 허탈하겠어요. 그런데 학생.
◆ 고3> 네.
◇ 김현정> 비운 겪을 건 다 겪었으니까, 이제부터는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대학 가면 뭘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으세요?
◆ 고3> 친구들끼리 대학 가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여러 가지를 말하거든요. 그런데 그중에 가장 원하는 건 정말 마스크 벗고 친구들이랑 놀고 밥 먹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그런 것들인 것 같아요.
◇ 김현정> 마스크 벗고 캠퍼스 걷고 싶다.
◆ 고3> 네.
◇ 김현정> 정말 소박한 소원인데 그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힘내세요.
◆ 고3>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고3 학생 한 명의 하소연을 오늘 직접 들어봤습니다. 고3들과 고3 학부모들로부터 제보 전화가 참 많이 왔어요. 우리가 뾰족한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이들의 힘든 상황들 힘든 상황들, 하소연을 듣기만 하는 것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옆에 고3, 수험생 있으면 많이 응원해 주시고요. 고3 학생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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