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감원 홈페이지 캡처)
과거 금융감독원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금감원 채용 비리' 관련자들이 올해 내부 승진을 하거나 승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자들은 금융회사 임원을 하고 있거나 심지어 정부 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10년간 채용비리 적발 및 조치현황(그래픽=김성기 기자)
◇채용 비리 연루됐는데 부서장으로 '승진', 일부 내년 승진 앞두기도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10년간(2011년~2020년 8월) 채용 비리 적발 조치 현황에 따르면, 채용 비리 사건은 4건으로 2014년 전문직원 채용, 2016년 신입직원 채용과 민원 처리 전문직원 채용, 2017년 전문 상담원 채용이다. 이에 관련된 금감원 직원은 부원장부터 부원장보, 1급~4급으로 14명이다.
2014년 전문직원 채용 비리는 변호사 경력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당시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인 임모 전 의원 아들이 채용되도록 지시하자 임원 등 인사 관계자들이 서류 전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한 사건이다.
이때 이모 전 부원장보가 자기소개서 평가 점수를 상향 조작할 때, 평가위원이었던 최모 전 실장은 이를 확인하는 서명을 해 견책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최 전 실장은 올해 부서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사건으로 똑같이 견책 조치를 받은 채모 팀장도 올해 승급했다.
채용 비리 관계자가 내부 부서장으로 승진까지 하는 사례는 금감원 직원들에게 나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왜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지 않고 감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겠느냐"면서 "장래의 이득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 좋은 선례를 통해 금감원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채용 비리 연루자들이 여전히 금감원 현직에 있고 일부는 내년 1월 승진 대상자라는 점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채용 비리 때문에 예산이 깎이고 젊은 직원들은 승급도 어려워졌는데, 채용 비리에 가담했던 사람들을 승진시킨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사 대표·로펌 고문, 심지어 정부 기관에 재취업
퇴직한 채용 비리 관계자들은 금융회사 또는 법무법인, 심지어 정부기관에 재취업해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변호사 채용 비리에서 점수 조작을 한 것으로 지목된 이 전 부원장보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고도 고려휴먼스 대표로 이동했다.
고려휴먼스는 금융권에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 퇴직자들이 잇따라 고위직으로 선임되면서 '금감원 낙하산 피난처'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사건으로 정직 처분을 받았던 이모 전 비서실장은 현재 하나저축은행 감사로 재직 중이다.
2016년 신입직원 채용 비리 때 면직된 이모 전 총무국장은 부동산관리회사 대표로 선임됐다. 같은 사건으로 정직 징계를 받은 뒤 퇴직한 오모 전 실장은 국민연금의 전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논의하는 자리로, 정부기관에 재취업된 셈이다.
내부 징계로는 면직 또는 정직 등 중징계를, 법적으로는 실형까지 받은 연루자들도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 임원이나 법무법인 고문, 심지어는 정부 기관에 다시 다니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실형을 받은 전례와 상관 없이 이들을 통해 금감원 내부 인맥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은행권 채용 비리를 조사해야 할 금감원부터 공명정대해야 하는데 이같은 인사 처리는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부정부패,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서는 인사 불이익을 주고 잘못된 인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