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학대치사' 엄마 장모씨가 지난달 19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다가 결국 숨진 16개월 입양아는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폭행을 당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의 몸에는 발생 시기가 다른 10여곳의 상해 흔적이 있었다. 아이 아버지가 학대한 혐의도 새롭게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전날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아이 어머니 장모씨를 구속 기소하고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아버지 안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A양은 입양되고 한달 후인 지난 3월경부터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방임·학대 피해를 당하다가, 지난 10월 13일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췌장이 절단돼 이로 인한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이 유발된 복부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아이 어머니에게 5개 혐의를, 아버지에게는 3개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달 19일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추가 수사를 벌인 검찰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피고인들 및 참고인 조사를 했으며, 의료자문위원의 감정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 엄마의 학대로 췌장 끊어져 숨졌다…몸 곳곳 상해 흔적①아동학대치사 혐의
A양이 숨진 당일, 어머니 장씨의 신체적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지난 10월 13일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이 절단되고 약 600ml 상당의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이 발생하게 하는 등 복부 손상으로 A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당일 장씨가 A양을 촬영한 동영상, '쿵' 소리가 들렸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 범행 현장에 장씨 외 외부인의 출입 흔적이 없었던 점 등이 증거가 됐다.
②상습아동학대 혐의
A양의 몸에는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이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 등, 옆구리, 배, 다리 등 전신에는 피하출혈이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장씨는 지난 6월경부터 10월 12일경까지 A양을 폭행해 좌측 쇄골 골절, 우측 대퇴골 골절, 우측 늑골 골절, 후두부 골절, 좌측 늑골 골절, 우측 척골 골절, 좌측 견갑골 골절, 머리부위 타박상, 장간막 파열 등 10여곳의 상해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③아동학대 혐의
장씨는 지난 8월쯤 A양이 타고 있던 유모차를 양손으로 힘껏 밀어 유모차가 엘레베이터 벽에 부딪치게 하고, 유모차의 손잡이를 강하게 밀치는 등 5차례 A양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④아동유기·방임 혐의
이들은 A양을 입양하고 한달 후인 지난 3월쯤부터 8개월여 동안 피해 아동을 유기·방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3월부터 10월경까지 15차례 A양을 집 안이나 자동차 안에 혼자 있게 한 혐의를 받는다. 9월 한달여 동안에는 A양이 자신에게 폭행을 당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현저히 줄고 건강 상태가 극도로 쇠약해졌지만,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깊은 고민 없이 친딸과 터울이 적은 여아를 섣불리 입양했으나, A양을 입양한 뒤 양육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A양을 학대하거나 결국 숨지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영장심사 마친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혐의' 엄마 (사진=연합뉴스)
◇ 아버지도 학대했다아이 아버지인 안씨가 A양을 학대한 사실도 검찰 조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할 당시 적용한 방임, 방조 혐의 외에도 안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①아동학대 혐의
안씨는 지난 4월경 A양의 팔을 꽉 잡고 강제로 A양의 손뼉을 강하고 빠르게 치게 해 A양이 울음을 터뜨렸음에도 이 같은 행위를 계속해, A양에게 고통을 주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②아동유기·방임 혐의
아이 아버지는 A양에 대한 아내의 학대, 방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씨는 지난 3월부터 10월 12일경까지 장씨가 A양을 집에 혼자 있게 해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지난 4월 아내와 함께 A양을 자동차 안에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아내가 A양을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등 학대해 A양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사실을 인식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양의 전신에 발생 시기가 다른 다발성 골절, 피하출혈 등의 심각한 손상이 발견되고 △A양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던 기간 동안 A양 몸무게가 현저히 감소했으며 △장씨에게 A양 학대를 암시하는 문자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미지=연합뉴스)
◇ 3번의 신고에도 왜 못 구했나…관련기관 "제도개선 논의"A양이 숨지기 전, '학대 시그널(신호)'로 볼 수 있었던 학대 의심 신고는 3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경찰은 내사 종결하거나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1차) 지난 5월 A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직원이 A양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첫 신고를 했고 △(2차) 6월에는 '아이가 차 안에 홀로 방치돼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3차) 9월에는 A양이 다니던 소아과 원장이 A양의 영양 상태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를 이어온 검·경은 경찰에 접수된 첫 아동학대 의심 신고 관련 내용은 장씨 등의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률상 '상습아동학대'를 적용할 만한 행위는 3~5월 기간 안에는 찾기 힘들었다"며 "정서적 학대도 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3월부터 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사당국과 관련 기관은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대학 교수, 강서 아동보호전문기관, 입양기관, 사법경찰관 등과 함께 아동학대 사건 관리회의를 열어 아동학대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입법 건의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의료기관간 아동학대 의심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 공유 △아동학대 범죄 수사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원스톱 시스템 마련 등의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언급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속적으로 신체적 학대를 당한 환자가 시기와 병원을 달리 해 진료를 받는 경우, 당해 환자의 진료시 증상만 확인할 수 있어 의료 종사자가 학대 피해사실을 발견하기 어렵다"면서 "의료기관간에 아동학대 의심 환자에 대한 과거 진료기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동학대 관련 신고의무자 고지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입증 등의 문제로 실무상 아동학대 신고 의무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당해 사건과 관련해 신고 의무자에게 사후적으로 '아동학대가 인정됐다. 신고의무 있다'는 취지의 고지를 해 신고 의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