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래가 3일 PBA-LPBA TOUR 3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대학 선배 김가영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PBA
'당구 여신' 이미래(TS•JDX)가 올해 첫 여자 프로당구(LPBA) 투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포켓볼 여제' 김가영(신한금융투자)을 누르고 역대 두 번째로 2승 고지를 밟았다.
이미래는 3일 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PBA-LPBA TOUR 3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김가영을 3 대 0(11-7 11-1 11-7)으로 눌렀다. 우승컵과 함께 상금 2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통산 두 번째 투어 우승이다. 이미래는 2019년 11월 '메디힐 LPBA 챔피언십' 이후 1년여 만에 2승째를 따냈다. 그동안 LPBA에서 2승을 따낸 선수는 3승을 거둔 임정숙(SK렌터카)뿐이었다.
이날 이미래는 1세트를 접전 끝에 11 대 7로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도 연속 7점을 몰아치며 손쉽게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다.
다만 3세트에서 고비가 왔다. 이미래는 5이닝 만에 10점에 선착, 매치 포인트를 앞뒀다. 그러나 5이닝 연속 공타에 그쳤고, 김가영이 5점을 올리며 7 대 10까지 추격해왔다.
하지만 이미래는 11이닝째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짧은 뒤돌려치기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샷이 성공하자 이미래는 큐를 쥔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이미래는 "이번 대회는 유난히 떨렸는데 대학 졸업을 앞둬서 그런 것 같다"면서 "긴장했음에도 잘 마무리해서 뿌듯하고 내 자신이 대견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3세트 매치 포인트에서 몇 번 못 쳐서 운명의 장난인가, 박빙으로 가려나 이런 생각에 살짝 초조했다"면서 "공 하나만 잘 서라 그런 생각이었다"고 3세트 상황을 돌아봤다.
이미래가 3일 PBA-LPBA TOUR 3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특히 김가영과 LPBA 간판 대결에서 웃었다. 이미래는 그동안 당구 선배이자 대학(한체대) 직속 선배인 김가영과 맞대결에서 다소 밀렸다. 팀 리그 단식에서 4번 만나 1승 3패에 머물렀다. 개인 투어에서 김가영과 첫 대결이 이번 대회 결승이었는데 이미래가 완승을 거둔 것이다.
이미래는 "김가영 선수가 (포켓볼에서) LPBA에 넘어왔을 때 대단한 선수고 내가 선수 등록을 했을 때 이미 굉장한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부담이 됬지만 내 실력을 믿으며 온전히 나한테 집중해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당구계를 향한 위안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미래는 "코로나19로 당구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비롯해 당구인들이 정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힘이 되어 드릴지 방법은 모르겠지만 좋은 경기로 보답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미래의 아버지 역시 당구장을 운영 중이다. 이미래는 "현재 당구장을 일절 열지 않고 있지만 월세나 관리비는 그대로 나간다"면서 "그게 한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 외의 실내 체육 시설도 정말 많이 힘들 것"이라면서 "하루 빨리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고 해결이 되었으면 하고 위기를 같이 극복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역대 두 번째 LPBA 2승을 거둔 이미래의 미래는 더 밝아질 공산이 크다. 그동안 학업을 병행하고 선수 생활을 했지만 이제 대학을 졸업하는 까닭이다. 이미래는 "(첫 우승 때와 비교해) 12월 28일 학교가 종강을 해서 대회 전까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여유가 생겨 당구에만 집중을 할 수 있었다"면서 "(졸업해서) 당구에만 전념해 공을 친다면 얼마나 더 단단해질지 셀렘을 느낀다"고 고무적인 표정을 지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이미래는 "교수님이 대학원 진학을 권유했다"면서 "스포츠심리를 배우고 그것을 당구에 접목한다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만큼 당구 외의 것을 한다는 것에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래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간에 당구 실력을 발전시키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