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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최고 불운남? 가장 운 좋은 사나이입니다"

스포츠일반

    "PBA 최고 불운남? 가장 운 좋은 사나이입니다"

    역대 최다 4번 결승 진출에 모두 준우승한 강민구의 희망가

    '난 참 행복합니다' 강민구(오른쪽)가 14일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2021' 남자부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필리포스 카스도코스타스를 안고 축하해주고 있다. PBA

     

    이렇게 억세게 운이 없는 남자가 있을까. 프로당구(PBA) 투어에서 4번이나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문 사나이가 있다. 강민구(38·블루원리조트)다.

    강민구는 1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2021' 남자부 결승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TS·JDX)를 넘지 못했다. 세트 스코어 1 대 4(9-15 15-13 9-15 0-15 11-15)로 우승컵을 내줬다.

    벌써 4번째 준우승이다. 강민구는 PBA 투어 출범 뒤 가장 많이 결승에 진출한 선수가 됐지만 불운하게도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카시도코스타스와는 두 번이나 결승에서 만났다. 강민구는 PBA 투어 출범 대회였던 2019년 6월 'PBA 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에서 카시도코스타스와 풀 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 대 4로 분패했다. 특히 마지막 7세트에서 9점에 먼저 도달하고도 연속 실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강민구는 첫 시즌 'TS 샴푸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도 프레데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에 2 대 4로 졌다. 2020-2021시즌인 지난달 '크라운해태 PBA 챔피언십'에서도 결승에 올랐지만 하비에르 팔라존(33)에 0 대 4 완패를 안았다.

    결승에서 강민구는 모두 공교롭게도 외국인 최강자들과 맞붙었다. 카시도코스타스는 2001년부터 세계주니어선수권 3연패를 이룬 유망주 출신으로 2003, 04년 세계선수권 준우승과 2009년 우승까지 이룬 바 있다.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꿨음에도 절정의 기량을 자랑하는 천재다.

    쿠드롱은 자타 공인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선수. 세계선수권 2회, 월드컵 17회 우승을 거뒀고, 세계 랭킹 1위로도 군림했다. 팔라존 역시 세계주니어선수권 3회(2005년, 2008년, 2009년) 우승과 2019 블랑켄베르크 월드컵 정상까지 스페인의 강자로 떠오른 선수다.

    하필이면 이들 외인은 결승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뽐냈다. 팔라존은 PBA 최초로 토너먼트 32강전부터 결승까지 5경기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카시도코스타스도 4세트 첫 이닝에 13점을 몰아치는 신들린 경기력으로 강민구를 압도했다.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2021' 결승전 뒤 팔라존과 강민구가 포옹하고 있다. PBA

     

    하지만 이날 결승 패배 뒤 강민구의 얼굴에는 아쉬움보다는 미소가 가득했다. 카스도코스타스를 껴안으며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경기 후 강민구는 4번째 준우승에 대해 "별로 아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솔직히 아직 결승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단계"라면서 "유명 선수도 아니고 PBA에 와서 세트제인 룰도 맞고 많이 배우고 있어서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강민구는 특이한 이력의 선수다.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하다 해외 유학을 가면서 경력 단절이 됐던 경험이 있다. 이후 귀국해 다시 선수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강민구는 "5~6년 선수 생활을 하다가 폐기물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당구만 친다고 미국 유학을 보내 2년 동안 경영 수업을 받게 하셨다"면서 "그러다 사업이 어려워져 귀국한 뒤 다시 당구를 하게 됐는데 '할 수 있는 게 이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강민구는 4~5년 동안 동호인 대회에 출전하며 재야의 고수로 활동했다. 강민구는 "그러다 2017년 선수로 재등록했고, 2019년 PBA가 출범하면서 합류해 열심히 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민구는 최강의 외국 선수만 만나 최고로 불운한 게 아니라 최고로 운이 좋다는 것이다. 강민구는 "외국 선수는 잘 치는 데다 4강 이상 오면 정말 잘 친다"면서 "그들과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즐겁다"고 웃었다. 이어 "그들과 결승에서 만나는 것은 나의 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민구의 경기 모습. PBA

     

    운명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강민구다. "약한 상대를 꺾고 우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강민구는 "5번이든, 10번이든 준우승해도 꼭 그들(외국인 강자)을 꺾고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훈련하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공을 배우고 노력하면 언젠가 나도 우승을 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민구는 PBA 통산 상금 순위에서 이번 대회 전까지 4위였다. 우승 상금이 1억 원인 만큼 톱10 중에 우승자가 아닌 선수는 강민구가 유일하다. 상금 3400만 원인 준우승만 4회에, 4강 5회, 8강 8회 등 꾸준하게 상위권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PBA에서 가장 상위권 진출이 많은 선수로 볼 수 있다.

    이제 강민구의 눈은 왕중왕전인 'PBA-LPBA 월드 챔피언십'을 향한다. 강민구는 "만약 첫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면 큰 영광이 될 것"이라면서 "최초의 기록이 많은데 그날 컨디션을 잘 조절하면 4강 이상 결승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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