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JDX 선수들이 22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PBA 팀 리그 2020-2021' 챔피언결정전 최종 6차전에서 웰컴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4 대 2로 누르고 우승을 확정한 뒤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있다. 고양=PBA
'리버스의 기적'이 이뤄졌다. 프로당구 팀 리그에서 TS·JDX가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정규 리그를 3위로 마친 뒤 일궈낸 포스트시즌 우승이라 더 값졌다.
TS·JDX는 22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PBA 팀 리그 2020-2021' 챔피언결정전 최종 6차전에서 웰컴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4 대 2로 눌렀다. 최종 전적 4승 3패로 우승컵과 함께 우승 상금 1억 원을 거머쥐었다.
당초 TS·JDX는 6라운드로 치러진 정규 리그를 3위로 마무리했다. 4라운드까지 1위를 달렸지만 5, 6라운드 주춤하면서 2위 자리마저 SK렌터카에 내줬고, 웰컴저축은행의 정규 시즌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널과 플레이오프(PO), 준PO는 상위 팀이 1승을 안고 시리즈를 치르는 어드밴티지가 있었다. 반대로 하위 팀은 그만큼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TS·JDX는 이런 핸디캡에도 두 번이나 하위 팀의 반란을 일으켰다. PO에서 2위 SK렌터카를 3연승으로 셧아웃시킨 TS·JDX는 기세를 몰아 파이널에서도 정규 시즌 우승팀 웰컴저축은행을 무너뜨렸다.
특히 패배 직전에서 기사회생한 뒷심이 무서웠다. TS·JDX는 20일 1, 2차전을 웰컴저축은행과 나눈 뒤 21일 3차전 패배로 벼랑에 몰렸다. 1승을 안은 웰컴저축은행이 3승 1패로 앞서가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TS·JDX는 4차전에서 4 대 2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를 마지막 22일까지 몰고 갔다.
'신한금융투자 PBA 팀 리그 2020-2021' 파이널 5차전에서 마지막 6세트 승리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 짜릿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TS·JDX 주장 정경섭. 고양=PBA
5차전은 그야말로 최대 격전이었다. TS·JDX는 세트 스코어 2 대 3으로 뒤진 6세트 주장 정경섭이 한지승을 11 대 9로 힘겹게 누르고 승부치기를 이끌었다. 김남수, 이미래,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가 1점씩 친 가운데 SK렌터카도 마지막 선수 비롤 위마즈가 1점을 만회하며 1 대 3으로 따라붙었다. 다음 공의 포지션은 비교적 쉬운 3뱅크샷으로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위마즈의 수구가 1, 2적구 사이를 빠져나가며 TS·JDX의 승리가 결정됐다.
벼랑에서 살아난 TS·JDX는 6차전에서도 기세를 이었다. 1세트 남자 복식을 내줬지만 2세트 여자 단식에서 이미래가 차유람에게 극적인 11 대 9 역전승을 거뒀다. 7 개 9로 뒤진 16이닝째 이미래의 대회전 뱅크샷이 키스에도 행운의 2득점으로 연결됐고, 공 3개가 딱 붙어 수구만 떼어 재배치한 것도 행운이었다. 이미래는 쉬운 3뱅크샷을 넣으며 세트를 마무리, 분위기를 바꿨다.
웰컴저축은행도 기회는 있었다. 세트 스코어 1 대 3으로 뒤진 5세트 남자 단식에서 서현민이 로빈슨 모랄레스에 10 대 2까지 앞서며 먼저 세트 포인트를 맞았다. 그러나 14 대 10까지 앞서고도 잇따라 1점을 내지 못해 결국 대역전패를 안고 말았다. 모랄레스의 옆돌리기가 성공하면서 TS·JDX의 우승이 확정됐다.
경기 후 TS·JDX 선수들은 부둥켜안고 초대 챔피언의 기쁨을 만끽했다. 유일한 여자 선수인 이미래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아냈다. 감정 표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카시도코스타스도 포효하며 동료들과 축하 세리머니를 펼쳤다.
웰컴저축은행 선수들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차유람, 김예은 등 여자 선수는 물론 마지막 1점을 내지 못했던 서현민도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선수들은 서로를 감싸안으며 격려하고 위로했다. 비록 운이 따르지 않아 포스트시즌 우승컵은 내줬지만 웰컴저축은행은 정규 시즌 초대 챔피언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신한금융투자 PBA 팀 리그 2020-2021' 포스트시즌 값진 준우승을 거둔 웰컴저축은행 선수들과 관계자. 고양=PBA
지난해 9월 시작된 '신한금융투자 PBA 팀 리그 2020-2021'는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포맷으로 출범했다. 남녀 단식과 남자 복식, 혼합 복식 등 6세트를 치르는 팀 리그는 우려와 기대 속에 시작됐지만 정규 리그 막판까지 뜨거운 순위 싸움이 펼쳐지면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TS·JDX의 행보는 드라마와 같았다. 2라운드까지 무패 행진을 달리며 4라운드까지 1위를 유지하다 5, 6라운드 부진으로 3위까지 떨어졌다. 3라운드부터 합류한 카시도코스타스의 독특한 성격 탓에 기존 팀원들과 불화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 TS·JDX는 포스트시즌 들어 무섭게 달라졌다. 크라운해태와 준PO부터 SK렌터카와 PO까지 4연승을 달렸고, 파이널까지 총 10경기에서 8승 2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결국 리버스의 기적을 이루며 PBA 팀 리그 역사에 첫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경기 후 이미래는 "첫 팀 리그였는데 평생 겪어보지 못할 경험을 했다"면서 "팀원끼리 고생 많았는데 그런 시간을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고 고맙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카스도코스타스도 "중간에 합류해 큰 힘이 되지 못해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행복하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장 정경섭도 "대진표를 짜는데 고충이 많았다"면서 "또 팀을 우승시키기 위해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특히 결승에서 승부치기를 앞둔 90초 휴식 시간에 1년은 늙은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맏형 김병호 형님이 든든하게 잘 이끌어줬고, 김남수가 6차전 3세트를 완벽하게 이기면서 흐름이 넘어왔다"고 동료들을 칭찬했다.
김병호는 "너무 기쁘고 눈물 날 정도로 좋았다"면서도 "딸인 김보미(SK렌터카)가 PO에서 실수를 할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며 애틋한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남수는 "좋은 팀원을 만나서 힘들기도 했고, 재미도 있었다"면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드라마를 써서 기분이 좋고 내년 시즌도 다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모랄레스는 "스페인에 있는 어머니와 아내, 딸이 응원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정경섭 등 선수들은 "드러나 있는 사람보다 경기를 원활히 진행한 심판과 운영진 덕분에 좋은 경기할 수 있었다"면서 "스폰서와 대회 관계자들에게도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수많은 화제 속에 마무리된 팀 리그 첫 시즌. 승자와 패자는 없었다. 기적만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