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22일(현지 시간) 한국행을 결심한 뒤 신세계그룹과 계약서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추추 트레인' 추신수(39)가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접고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뛴다. 프로야구 신생팀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전격 합류한다.
신세계그룹은 23일 "자유계약선수 신분인 추신수와 연봉 27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봉 27억 원은 추신수의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롯데)의 25억 원을 넘는 역대 프로야구 최고액이다.
연봉 27억 원 중 추신수는 10억 원을 사회 공헌 활동에 사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구단과 협의할 방침이다. 추신수는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위해 2억 원, 강원도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꾸준한 선행을 펼쳐왔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인수한 SK는 2007년 4월 2일 열린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추신수에 대한 지명권을 갖고 있었다. 추신수가 KBO 리그에서 뛸 경우 SK와 계약을 하는 조건이다.
당초 추신수는 MLB에서 더 뛸 마음이 있었다. 리그 수준급 외야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가을야구에서 아쉬움이 남았던 만큼 우승에 대한 마지막 도전을 하려고 했다. 실제로 다수의 팀이 추신수 영입전에 뛰어들어 입단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추신수의 국내 에이전트인 송재우 갤럭시아SM 이사는 "겨울 동안 MLB 8개 팀 정도가 영입 제안을 해왔다"면서 "특히 MLB 스프링캠프를 앞두고는 5개 팀, 그 중에서도 2개 팀이 마지막까지 오퍼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추신수 선수는 포스트시즌 열망이 있는데 두 팀 모두 가능성이 있고, 이 중 한 팀은 지난주 금요일 더 적극적으로 조건을 제시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KBO 리그 진출을 택했다. 조금이라도 기량을 보일 수 있을 때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까닭이다. 송 이사는 "지난해 부상으로 많이 뛰지 못해서 올해 MLB에서 명예 회복을 하고 내년에 한국에 올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고민을 했지만 조금 더 뛸 수 있을 때 (팬들에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판단해서 어제 아침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텍사스에서 활약하던 추신수의 모습. 사진=노컷뉴스DB
부산고 출신 추신수는 지난 2001년 시애틀과 계약하며 미국에 진출했다. 이후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등을 거치며 꾸준한 활약을 펼쳐다. 빅리그 통산 1652경기 출전해 타율 2할7푼5리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의 성적을 냈다.
MLB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로 타율 3할-20홈런-20도루(2009년), 아시아 출신 타자 최초 사이클링 히트(2015년)를 기록했다. 또 추신수는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는 통산 3차례나 달성했다. 2018년에는 생애 첫 올스타에 뽑혔고, 현재 아시아 출신 타자 최다 홈런(218개)과 최다 타점(782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계약을 마무리한 추신수는 "작년에 부상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지만 고맙게도 메이저리그 몇 개 팀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안을 했다"면서 "그러나 늘 마음 속에 KBO 리그에 대한 그리움을 지우기 어려웠다"고 한국행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행이 야구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되는 결정이기에 많은 고민을 했고, 이 와중에 신세계그룹의 방향성과 정성이 결정에 큰 힘이 됐고 가게 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오는 25일 오후 5시 35분 대한항공 KE032편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한다. 공항에서 간단히 취재진의 질문에 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