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KB 스타즈에 승리하며 3승 2패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삼성생명 선수들이 임근배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용인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열린 15일 경기도 용인체육관. 2승 2패로 맞선 가운데 펼쳐지는 최종전이었다.
경기 전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기대감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임 감독은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하고 좋은 건데 그게 목적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목적과 계획이 있고 거기에 가기 위해 우승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대한 꿈을 위해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은 수단이라는 것이다. 임 감독은 "내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힘이 없으니까 '너나 잘 해' 이런 반응이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우승 감독이라면 발언에 힘이 실려 여자프로농구뿐 아니라 스포츠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임 감독은 타이틀을 얻었다. 이날 삼성생명이 KB를 74 대 57로 누르면서 3승 2패로 챔프전 정상에 오른 것. 감독 임근배의 첫 우승이다.
임 감독은 남자 프로농구에서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인천 전자랜드와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3번의 우승을 거뒀다. 다만 유재학 감독을 보좌한 코치로서였다. 그런 임 감독이 2015년 삼성생명 지휘봉을 잡은 지 6년 만에 거둔 우승컵이다.
우승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회견장에 들어선 임 감독은 비로소 우승 감독 타이틀이 아닌 다른 목적과 계획을 들려줬다. 농구만이 아니라 한국 스포츠 전체를 바라보는 큰 그림이다.
임근배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 감독은 "남자 농구만 하다 와서 여자 농구를 전혀 모르던 때 여고 농구 경기를 보러 갔는데 한 팀에 6명뿐이더라"면서 "2명이 퇴장을 당하면 5명도 못 뛰는 현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울에 있는 여대 농구부 창단을 추진하는 일도 지지부진하고 열악한 현실에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 감독은 스포츠 저변이 넓은 일본을 참고했다. 임 감독은 "일본 서머리그를 2년 동안 보고 왔는데 학생들이 전부 운동 가방을 메고 통학하더라"면서 "야구, 축구 등 각 종목 시설이 갖춰진 체육공원이 있는데 아이들이 육상 트랙을 뛰고 저마다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연구도 했다. 임 감독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일본은 한국의 세월호 같은 사건이 1950년대 있었는데 그 이후 수영을 필수 과목으로 넣었다"면서 "또 1960년 도쿄올림픽 이후 학생들에게 1인 1종목 운동을 하게 하는 체육진흥법을 만들어 수십 년이 지나 각 종목에 별별 인재들이 다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감독이 내린 결론은 "우리 스포츠도 갈 길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스포츠 저변을 넓혀 인재들이 나오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각계 각층에 널리, 더 힘이 실리게 알릴 수 있도록 우승 감독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자는 주장도 일맥상통한다. 임 감독은 "농구가 외국인 선수 놀음밖에 안 되니까 국내 선수들이 그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해보자고 주장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선수들을 육성, 발전시키자는 의견이었는데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올 시즌 윤예빈(삼성생명), 김소니아(우리은행) 등 식스맨급 선수들이 주축이 되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농구는 물론 한국 스포츠 전체를 걱정하는 임 감독의 외침이 체육계에 울려퍼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