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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빚' 韓 탁구 "하나銀, 그리 홍보했는데 서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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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억 빚' 韓 탁구 "하나銀, 그리 홍보했는데 서운해요"

    15일 대한탁구협회 기자 간담회에서 유승민 회장(왼쪽)과 김택수 전무이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월간 탁구 안성호 기자

     

    대한탁구협회 기자 간담회가 열린 1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 지난해 11월 제 25대 협회장에 당선된 유승민 회장과 새 집행부가 꾸려진 뒤 열린 첫 미디어 간담회였다.

    유 회장은 "협회 수장을 맡은 지 처음 열린 간담회"라면서 "2024년이 한국 탁구 도입 100주년이 되는데 그때까지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유 회장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 획득 때 코치였던 김택수 전무이사도 "당시 유 회장과 기적을 이뤘는데 이번에는 행정 분야에서 금메달을 만들어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날 협회는 국제관계대사에 박윤준 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부총장, 정책특별보좌관에 주세혁(한국마사회), 박주희(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겸임 교수), 고문 변호사로 김해영 변호사를 임명했다. 주세혁은 신설된 미디어위원회 위원장도 맡아 탁구 홍보에 힘을 쓰기로 했다.

    이에 앞서 협회는 지난 8일 메인 스폰서 계약 체결식을 열고 스포츠 비전 전문기업 픽셀스코프에서 2년 동안 10억 원 이상을 후원받기로 했다. 서울대 기술 지주 자회사 밥스누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올해 7월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 회장은 "신유빈(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개최국 일본이 데이터가 별로 없다"면서 "성장 속도로 빨리 남은 3개월 동안 더 발전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승민 체제의 탁구협회에는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게 아니다. 새 집행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거액의 빚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 회장은 협회의 재정 자립도를 묻자 "협회 운영에 대한 자금은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2008년 이후 회장사였던 대한항공으로부터 연 10억 원 이상 지원을 받은 협회는 올해부터는 새로운 스폰서를 구하고 있다. 협회 정해천 사무처장은 "올해는 10억여 원의 재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왼쪽)과 이호성 하나은행 부행장이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타이틀 스폰서 조인식에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 월간 탁구 안성호 기자

     

    이어 유 회장은 "사실 지난해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취소되면서 20억 원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면서 "1년 5000만 원 정도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당초 이 대회는 2020년 3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수 차례 연기된 끝에 결국 취소됐다.

    한국에서 최초의 세계탁구선수권을 준비하던 협회는 불운하게 빚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박윤준 사무부총장은 "대회가 열릴 부산 벡스코 전시장 1만평을 경기장과 선수 대기실, 방송 시설 등으로 바꾸고 티켓 판매를 위한 대회 홍보에 예산이 들어갔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 등에서 49억 원 정도를 지원받았는데 대회가 취소돼 다 반납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에 협회는 대출을 통해 20억 원의 비용을 충당했다.

    당초 협회는 세계선수권 공식 타이틀 스폰서로 하나은행과 계약해 20억 원을 후원받을 예정이었다. 대회 공식 명칭도 '하나은행 2020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로 정해졌다. 그러나 대회 한 달 전 취소가 결정되면서 정식 계약은 하지 못하게 됐다. 20억 원의 수익이 무산되자 고스란히 빚이 된 형국이다.

    협회는 하나은행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조금이라도 고통 분담을 하지 않는 데 대해 심히 서운하다는 입장이다. 유 회장은 "유니폼 등 대회 관련 기념품을 제작했는데 1억 원이 넘는다"면서 "원래 문체부에서 이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하나은행 로고가 들어가 국비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하나은행에 사정을 설명하고 구입을 부탁했는데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부총장은 "대회를 염두에 두고 하나은행 로고가 들어간 광고 등으로 언론 노출이 많이 됐다"면서 "특히 부산지역은 효과가 톡톡히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하나은행 마크가 들어간 기념품도 사지 못하겠다고 한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유 회장은 "여러 차례 하나은행 측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만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협회 공식 후원사로 신한금융그룹이 있는데도 하나은행에서 20억 원 대출을 받은 것도 세계선수권 타이틀 스폰서였기 때문이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협회는 한국 탁구 100주년이 되는 2024년 세계선수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유 회장은 "유치가 되면 타이틀 스폰서 등 수익으로 20억 원은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그때까지 연 5000만 원의 이자가 문제"라고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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