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열린 동작구 집중유세에서 대나무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선물 받은 뒤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4·7 재보궐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점점 더 문재인 정부와 거리두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에서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다소 결이 다른 규제 완화 정책도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은 물론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비위 의혹이라는 '원죄'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朴, 유세 점퍼에서 '민주당' 지웠다?…이낙연은 대국민 읍소선거가 다가올수록 정권 심판론이 더욱 커지면서 후보들의 선거 레토릭도 조금씩 달라졌다.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31일 "어떤 분들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 하자고 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대선은 아니지 않느냐. 이번 보궐선거는 위기에 빠진 가장 경제가 나쁜 도시, 부산을 살리는 살림꾼을 뽑는 선거여야 한다"며 '일꾼론'을 내세웠다.
정권 심판론을 조금이라도 지워보려는 전략이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시장이 되면 부동산 정책은 이전과 다르게 확실히 변화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인정한 데 이어 최근 유세에서 '민주당 점퍼'를 입는 일이 줄었다.
지난 27일 서울 중랑구 유세에선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점퍼 대신 하얀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다.
30일과 31일엔 당명이 없는 파란 점퍼를 입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의 캠프 측은 "파란색 복장이면 국민들은 다 민주당 후보로 생각한다. 기호와 후보 이름이 잘 보이게 다시 제작한 것일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이 연일 강조하는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도 문 대통령 지우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친후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주거도 국가가 책임지는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며 "청년과 신혼 세대가 안심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고 그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 △주택청약 우대 △청년·신혼 대상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 등이 골자다.
◇너무 늦은 사과…2차가해·막말 여진은 계속당내에선 청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의혹 대처가 "비겁하고 비상식적이었다"는 자기반성도 나오고 있다.
황진환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박원순은 가장 청렴한 공직자" 등 2차 가해가 선거 유세 기간 중 나온 것,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호한 김경협 의원의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직전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면 임대차 3법 탓인가, 아니면 임대차 3법 통과가 늦어졌기 때문인가" 발언 등이 이어진 게 사실이다.
캠프 내에선 박원순계 의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박 후보의 사과가 늦어졌다는 원망도 조심스레 나오는 실정이다.
또 '피해호소인' 논란의 중심에 있던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의 지역 유세도 "보궐선거의 원인은 민주당인데, 자기가 울고 위로받았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어떡하냐"는 식의 당내 반발도 상당하다.
읍소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놓고 정부·여당이 안일하게 대처했고, 박 전 시장과 관련해선 당 메시지 관리도 실패해 당 지도부와 캠프 모두 곤혹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LH 사태는 '무과실 책임'이다. 땅 투기 의혹이 있었던 의원들을 일단 제명시켰어야지, 엉뚱하게 특검 카드를 들고 나와 후속대응만 지지부진해졌다"며 "박 전 시장과 관련해선 광화문에서 석고대죄라도 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