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대장지구. 연합뉴스
'모범납세자상'까지 받았던 한 중소기업 대표이사의 농지 투기 정황이 발견됐다. 해당 농지는 경기도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 지구와 300m 거리에 있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원 수 155명 규모의 한 중소기업 대표이사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9일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의 1603㎡(약 484평) 농지를 사내이사 B씨와 함께 8억 2450만원에 구매했다. 지목은 전으로, 따로 대출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A씨가 필지를 구매한 2017년 11월 이후 공교롭게 각종 개발 호재가 겹쳤다. 약 2년 뒤인 2019년 5월, 정부는 부천 대장지구(2만 가구)를 3기 신도시 지구로 선정했다. A씨의 땅은 신도시 지구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길 하나를 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
심지어 해당 필지는 지난해 12월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수용됐다. LH가 진행하는 부천 원종 공공주택지구 사업지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원종 공공주택지구는 2018년 7월 2일 사업인정 고시가 났고, 2019년 10월 지구 계획이 최종 승인됐다.
LH 관계자는 "해당 지역 수용토지는 대토보상이 따로 되지 않았다. 현금 보상과 채권 보상이 같이 이뤄졌다"며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 123필지, 14만4582㎡의 토지가 수용됐다. A씨가 소유했던 필지에는 근린생활시설로 상가가 들어올 예정이다.
결국 이 필지의 개별공시지가(㎡당)는 A씨의 구매 이후 약 5배나 올랐다. △2017년 1월 27만원, △2018년 1월 32만원, △2019년 1월 34만원, △2020년 1월 116만 4천원순이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A씨가 구매한 땅 근처의 10필지 등기를 모두 확인해보니 모두 20년 전 구매돼 상속이나 증여된 땅이었다. A씨의 땅만 최근 4년 사이 거래가 발생했다. 이 땅은 A씨의 거주지와는 약 2.6km, A씨의 회사와는 약 3.5km 거리에 위치한다. 심지어 사내이사 B씨의 등본상 거주지는 거리가 먼 서울 서초구다. A와 B씨는 부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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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부천시에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주재배 예정작목이 '채소'로 적혀있다. A씨와 B씨의 직업은 자영업자로 향후 영농 여부에는 '계속 영농'을 적었다. 농업기계·장비의 보유현황에는 '해당 없음', 농업기계장비의 보유 계획은 '관리기' 등을 기재했다.
A씨는 건실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올해 '모범납세자'에 선정돼 국세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해당 표창을 받으면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된다. 징수유예·납기연장 시 납세담보 완화 등의 혜택도 받는다.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는 전자 배선, 전자 부품 제조 판매업과 통신기기 및 기계제품 연구개발 서비스업을 주 분야로 한다. 연 매출액은 507억 가량이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있는 그의 소개란에는 "국내 및 해외 유수의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추후 차량 전장용 케이블 사업 진입을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고 돼 있다.
한편 A씨는 실제 농사를 지었고 투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A씨는 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인과 딸이 부천에서 요양원을 하는데,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 식재료를 재배하기 위해 땅을 산 것"이라며 "부인이 서초에서 오가며 깻잎, 호박, 들깨 등을 직접 지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농사 지을 땅이 필요하다고 부동산에 물어보니 해당 땅을 소개시켜 준 것"이라며 "사서 농사를 짓다가 얼마 후 수용된다고 그래서 오히려 계획이 다 무산됐다. 부동산 개발 정도를 알 정도의 지위에 있지도 않다. 투기는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