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야수 최원준이 6일 키움과 원정에서 적시타를 때리는 모습. 고척=KIA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KIA의 시즌 1차전이 열린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 경기 전 인터뷰에서 KIA 외야수 최원준(24)은 지난해 군 입대 계획을 미룬 사연을 들려줬다.
최원준은 "지난해 군대에 갈 수 있었음에도 가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무언가를 보여주고 입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후반기부터 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들어서 군대에 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면서 "올해 1년을 뛰면 어느 정도 기록을 내겠다는 걸 보여주고 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2016년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최원준은 올해로 프로 6년째다. 첫 시즌 14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4할5푼8리(24타수 11안타)로 가능성을 보였다. 2017년에도 72경기 타율 3할8리 3홈런 27타점을 올린 최원준은 2018년 프로 첫 한 시즌 100경기(101경기) 출전을 이루며 타율 2할7푼2리 4홈런 32타점 10도루의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19년 시련을 맞았다. 내야수였던 최원준은 그러나 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이곳저곳 포지션을 전전해야 했다. 당시 KIA는 1루 김주찬, 3루 이범호(이상 은퇴), 2루 안치홍(현 롯데), 유격수 김선빈 등이 버티고 있었다. 최원준은 내외야를 가리지 않았고 포수를 제외한 거의 전 포지션을 떠돌았다.
그러니 타격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최원준은 2019년 90경기 타율 1할9푼8리 1홈런 18타점에 머물렀다. 최원준은 "당시 멀티 포지션이 솔직히 말해 타격에 방해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물론 수비가 확실하지 않아 경험에서는 도움이 됐지만 한 포지션이 아니고 왔다갔다 하다 보니 정립이 되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목표를 잡아야 할지 정하는 데 도움이 별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런 최원준은 외야수로 고정이 되면서 달라졌다. 지난해 123경기 개인 한 시즌 최다 출장에 타율 3할2푼6리 35타점 72득점 14도루로 펄펄 날았다. 아쉽게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타점, 득점, 도루 등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최원준은 "수비도 많이 부족한데 여러 포지션을 다 하려다 보니 훈련량이 부족했고 어려웠다"면서 "내야수를 안 한다고 생각하니 편해졌고, 외야만 하다 보니 중점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 4일 두산과 원정 개막전에서 장타를 때리고 3루에서 세이프되는 KIA 최원준. 잠실=KIA
올해도 최원준의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두산과 잠실 원정 개막전에서 5타수 2안타(3루타 1개) 1득점으로 활약했다. 팀은 비록 졌지만 최원준은 멀티 출루에 선제 득점을 기록하는 등 톱타자 역할을 해냈다.
그러더니 두 번째 경기에서는 팀을 패배에서 구한 해결사로 우뚝 섰다. 최원준은 키움과 원정에서 톱타자로 나와 2안타 3타점의 불방망이로 5 대 4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희생타로 선제 타점을 올린 데 이어 추격의 적시타, 팀을 패배 직전에서 구한 천금의 동점타까지 영양가 만점이었다.
최원준은 5회 호투하던 상대 선발 최원태로부터 외야 뜬공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2 대 4로 뒤진 7회는 양현에게 적시타를 뽑아내 턱밑 추격을 이끌었다. 패색이 짙던 9회 2사 2루에서는 마무리 오주원으로부터 동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주루 과정에서 상대 2루수 서건창과 부딪혀 쓰러지는 아찔한 상황까지 나왔지만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결국 KIA는 최원준의 활약 속에 시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연장 11회 상대 잇딴 실책과 이창진의 행운이 섞인 결승 1타점 2루타로 5 대 4 신승을 거뒀다. 경기 후 최원준은 "점수를 못 내면 끝나는 상황이라 집중력이 더 생겼다"고 9회를 돌아보면서 "적극적으로 타석에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뿌듯한 소감을 밝혔다.
KIA 최원준이 6일 키움과 원정에서 9회초 동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2루까지 달리다 상대 2루수 서건창과 부딪혀 쓰러진 모습. 고척=KIA
최원준이 밝힌 올해 목표는 개인 기록이 아닌 전 경기 출장이다. 떠돌이로 포지션을 떠돈 백업 선수의 아픔이 담겨 있다. 최원준은 "몸은 괜찮은데 실력이 안 되다 보니 그동안은 백업으로만 나갔다"면서 "항상 해보고 싶었던 게 144경기 주전으로 나가는 것이었는데 올해는 전 경기 뛰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 자신의 기록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최원준은 "아직까지 한 시즌을 풀 타임 주전으로 뛰지 못했다"면서 "올해 전 경기를 소화하면 안타나 타율 등 애버리지가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타격 폼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감이 좋아졌다는 자평이다. 최원준은 "공을 보는 게 편해졌고,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을 하는 것 같다"면서 "지난해 후반기부터 고교 때 치던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 시범 경기 때 준비를 잘 해서 개막전에서 떨림보다 기대가 많이 됐고 좋은 느낌이 개막전에서 좋은 결과로 나왔다"는 최원준. 그 느낌이 두 번째 경기까지 이어졌다. 과연 최원준이 떠돌이의 설움을 딛고 풀 타임 주전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