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의 최부식 코치(오른쪽)는 실업 시절이던 2000년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데뷔 해 현역 은퇴 후 친정팀에서 지도자 생활까지 무려 21년 만에 V-리그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봤다. 장광균 코치(왼쪽)도 대한항공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활약 중이다. 사진은 현역 시절 함께 기뻐하는 두 코치의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오늘이 오기까지 21년 걸렸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승리하며 V-리그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 전까지 대한항공은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한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지만 이 모두를 한 시즌에 경험하는 것은 2020~2021시즌이 처음이다. 그 어느 때보다 목표 달성의 기쁨이 클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와 에이스 정지석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까지 모두가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창단 첫 V-리그 통합 우승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원클럽맨’ 최부식 코치다.
우승 세리머니가 끝난 뒤 경기장 복도에서 만난 최 코치는 “오늘이 오기까지 21년 걸렸네요”라며 유독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뒤따르는 장광균, 문성준 코치 등도 시즌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이었다.
최부식 코치뿐 아니라 장광균, 문성준 코치는 모두가 대한항공에 선수로 입단해 현역 은퇴 후 지도자까지 몸담는 진정한 ‘원클럽맨’이라는 점에서 통합 우승의 기쁨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최부식 코치는 대한항공이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2020~2021시즌에 감독과 선수단의 가교 역할까지 해야 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최부식 코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2000년에 입사해 2007년 코보컵에서 처음 우승했다. 그리고 코보컵은 몇 번 더 우승했고, 정규리그는 2010~2011시즌에 우승해봤다”며 “2015~2016시즌이 끝나고 은퇴했는데 선수들을 잘 만나서 코치 경력을 더 잘 쌓았다”고 웃었다. 프로 출범 이전 실업팀 시절에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최 코치는 입단이 아닌 입사라는 표현을 썼다.
최 코치는 자신이 현역에 있을 때 V-리그에서 통합 우승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배들에게 짐을 주고 왔다”며 “선배로서 하지 못하고 은퇴해 지도자 첫해에 정규리그 우승하고 2년 차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5년 차에 통합 챔피언까지 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은 대한항공이 통합 우승의 기대치가 높았던 데다 처음 외국인 감독까지 영입한 만큼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과 선수단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최부식 코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우승이 확정되고) 감독과 끌어안고 이야기하는데 그 순간에 뭔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는 최 코치는 “외국인 감독이 와서 훈련도 달라지고 코치들이 고생 많이 했다. 그래서 사실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을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가슴 속에서 뭔가 확 오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V-리그 첫 통합 챔피언에 등극한 대한항공은 다음 시즌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최고의 자리를 지켜야 하고, 또 새로운 감독의 선임이 임박했다.
최부식 코치는 “솔직히 우승하고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감독이 오면 코치들도, 선수들도 다시 적응해야겠지만 이제는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