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비가 20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경주=PBA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프로당구(PBA) 투어 두 대회 만에 정상에 올랐다.
피아비는 20일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서 김가영(신한금융투자)을 제쳤다. 세트 스코어 3 대 1(7-11 11-4 11-10 11-9) 역전승으로 첫 우승을 장식했다.
2010년 결혼 이민으로 한국으로 이주한 피아비는 남편의 권유로 당구에 입문해 국내 아마추어 대회를 평정했다. 2018년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동메달, 2019년 아시아3쿠션여자선수권 금메달 등 국제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피아비는 대한당구연맹(KBF) 랭킹 1위, 세계캐롬연맹(UMB) 랭킹 2위까지 오르며 고국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라 '캄보디아의 김연아'로 불렸다.
그런 피아비는 지난 시즌 전격 프로 전향을 선언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2월 데뷔전이던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 32강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후 첫 대회인 올 시즌 개막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국내 아마추어 최강다운 실력을 입증했다.
결승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포켓볼 여제'로 군림하며 3쿠션 전향 이후에도 프로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 김가영. 2019-2020시즌 SK렌터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은 지난 시즌 무관의 아쉬움 속에 올 시즌 개막전 결승까지 진출했다.
첫 세트 김가영은 8이닝 만에 11 대 7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러나 피아비도 2세트 연속 6점을 몰아치는 등 3이닝 만에 11 대 3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피아비는 승부의 분수령이던 3세트를 가져왔다. 10이닝 만에 11 대 10으로 역전을 이뤘다. 벼랑에 몰린 김가영도 4세트 접전을 이뤘지만 피아비가 8이닝 3점, 9이닝 2점을 치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피아비가 20일 블루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소속팀 블루원리조트 윤재연 대표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경주=PBA
피아비는 4강전에서 지난 시즌 왕중왕전 챔피언 'SK렌터카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 김세연을 누르며 우승을 예감했다. 결승에서도 김가영을 제치며 프로에서도 '피아비 시대'를 예고했다.
경기 후 피아비는 "PBA에 와서 우승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슬럼프도 왔고 힘들어서 피부도 안 좋아졌다"면서 "당구의 성공을 위해 매일 새벽에 연습하느라 아파도 병원에 못 갔다"고 고된 훈련을 돌아봤다.
뒷바리지를 해준 남편에 대해 피아비는 "가장 우승을 기뻐했다"면서 "남편이 연습처럼 하면 잘할 거라 말해줬는데 2~3일 동안 부담스럽고 힘들까 봐 남편과 연락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가면 삼계탕 끓여주고 남편과 제주도 놀러 가기로 약속했다"고 애틋한 부부의 정도 드러냈다.
상금 2000만 원에 대해 피아비는 "코로나 때문에 캄보디아에 못 가는데 아빠께 상금을 전달해서 캄보디아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돈도 많이 벌었으면서 왜 가난하게 사느냐고 물어본다"면서 "하지만 저는 가난보다 내가 하는 행복한 일이 더 소중하고 큰 욕심 없이 단지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고 '캄보디아 영웅'다운 마음을 전했다.
김가영은 지난 시즌 왕중왕전에 이어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김가영은 "기본 공에서 실수해 졌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피아비 선수보다 나은 모습도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전까지 결승전은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게 스스로는 만족스럽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