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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집행유예를 2번이나…'쌍집유'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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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집행유예를 2번이나…'쌍집유'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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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 재량인 '사후적 경합범' 감경
    판결문에 양형이유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2019.7.11 서울중앙지법 A씨 배임수재·횡령 등 혐의 1심 선고
    "피고인은 여러 법인의 실질적인 대표이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채 횡령 또는 배임수재 범행으로 해당 회사에 피해를 끼치면서 수십억 원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의 적발을 피하거나 처벌을 모면하고자 담당 직원들에게 문서위조 내지 위증을 교사하는 등 각종 불법수단을 동원하였으며, 그중 일부는 동종 범행전력인 배임수재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저지른 것이어서 위 피고인을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편 상당수 범행은 판결이 확정된 판시 첫머리의 배임수재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어 동시에 판결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쌍집유', '쌍집행'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형사법정을 구경할 일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언론에서 거의 소개되지 않은 표현이기도 하고요. '쌍집행유예'의 줄임말인데, 유추 가능하듯 집행유예를 (이례적으로) 2번 받는다는 것입니다. 죄를 짓고도 실형을 거듭 피할 수 있다니.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피의자·피고인, 변호인 등에겐 초미의 관심사겠죠.


    지난달 CBS노컷뉴스는 7회에 걸쳐 판사의 양형재량이 가장 도드라지는 '작량감경'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번외편으로 집행유예에서 판사의 재량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려 '쌍집유'라는 주제를 골랐습니다. 작량감경이 통상적으로 법정형이 높은 범죄에서 집행유예를 위해 적용된다는 점에서 서로 닿아있기도 합니다.
       
    위 판결 속 유명 커피프랜차이즈 대표 A씨가 작량감경에 이어 쌍집유까지 받은 사례입니다. 우선 A씨가 저지른 범죄들부터 간략히 살펴보죠. 특히 범죄가 발생한 시기를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유제품을 커피체인점들에 납품하게 해주는 대가로 A씨는 우유 한 팩당 50~100원씩을 자신의 계좌로 받았습니다. 일종의 리베이트인 셈인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챙긴 돈이 12억원이 넘습니다.(배임수재)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빵의 냉동생지를 구매할 때 본인 명의로 설립한 회사를 유통 중간구조에 끼워 넣어 수익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이 수법으로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횡령한 금액이 약 28억원입니다.(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횡령) 2016년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가자 실제 유통을 한 것처럼 허위문건을 만든 혐의도 있습니다.(사문서위조교사 등)
       
    이같은 범행은 2018년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고, A씨는 그해 9월 말 기소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A씨가 이미 2014년에 다른 배임수재 범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는 겁니다. 편의상 2014년을 사건①, 2018년을 사건②라고 하겠습니다.

       
    사건①은 A씨가 밴(VAN) 서비스업체로부터 계약을 체결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약 36억원을 받은 사안입니다. 당시 법원은 A씨의 배임수재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①은 2014년 10월 확정됐기 때문에 집행유예 기간은 2018년 10월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봤듯 사건①과 같은 시기(2007~2013) 발생했지만 기소되지 않았던 배임수재·횡령 범죄가 사건②에서 기소됐습니다. 이외에 사건②에는 사건①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2014.10~2018.10) 중에 저지른 범죄도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사건②의 선고를 어떻게 했을까요? 사건①과 함께 기소됐어야 하지만 뒤늦게 발견됐다고 판단한 범죄들을 묶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그 이후 발생한 범죄들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한 사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2번 한 것이죠. 바로 '쌍집유', '쌍집행유예'입니다.
     
    형법 제39조 제1항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 사후적 경합범, 후단 경합범
    우리 형법은 이른바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 판사가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2021년에 10개의 물건을 훔친 죄로 유죄가 확정됐는데, 2019년과 2020년에 2개의 물건을 훔친 죄가 나중에 밝혀져 또 재판을 받게 된다면 애초에 이 12개의 절도범죄가 동시에 재판받았을 때의 결론과 형평성을 고려해 선고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재판부는 A씨의 사건②도 이런 식으로 시기별로 나눠 판단했고 각 선고형에 작량감경을 적용해 법정형(최소 3년)보다 깎아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혐의 일부가 뒤늦게 기소되지 않고 사건①을 통해 한 번에 재판 받았다면, 사건① 형량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그쳤을까? 하는 것입니다.

    A씨는 사건①의 배임수재로는 약 36억원, 사건② '사후적 경합범' 적용 부분의 배임수재로는 12억원 이상을 취했기 때문에 합치면 범행이득이 50억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사건②의 횡령 금액까지 합치면 범행이득은 더 커집니다. 한 번에 재판 받았다면 집행유예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후적 경합범이 성립하더라도 얼마나 형을 감경할 지는 판사의 재량"이라며 "사건①, ②를 동시에 재판해 범행이득이 커지더라도 판사가 A씨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쌍집유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앞서 작량감경 기획기사에서 살펴봤듯, 이 재량이 공정하고 적절히 행사되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판결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다른 사건을 하나 더 보시죠.
       
    B씨는 1000억원대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으로 징역 12년이 확정됐는데, 뒤늦게 35억원 대출 사기로 다시 기소되면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이 추가로 선고됐습니다. 늦게 기소된 사기 역시 앞선 범죄와 같은 시기 벌어진 것이라 '사후적 경합범'이 적용됐지만, B씨는 A씨 만큼의 혜택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미 12년의 실형을 살고 있었는데도 뒤의 범죄에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추가된 것이죠.
       
    2019.4.18. 서울동부지법 B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1심 선고
    피고인들이 당초 수사기관에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범행을 포함하여 자수하였는데,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이 없어 기소가 늦어졌으므로 앞선 확정판결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이 앞서 자수를 했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이미 35억원대 사기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고소·고발이 없었다는 이유로 뒤늦은 기소를 했습니다. 1000억원대 사기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B씨가 만약 1035억원으로 한 번에 재판받았다면, 판사는 12년보다 1년 이상 높은 형을 선고했을까요?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후단 경합범이든 검사의 쪼개기 기소이든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모두 작용할 수 있다"며 "판사는 변호인과 검사의 주장 사이에서 휘둘리지 않고 적절한 양형을 찾아가야 하고, 이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공정한 외관을 만들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각 사안마다 다른 구체적인 정의를 찾기 위해 판사의 재량 발휘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A씨와 B씨 사건에서 모두 판사가 어떻게 그 '형평'을 고려해 형량을 조정한 것인지가 잘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다. 작량감경 사유도 마찬가지로 깜깜이였죠. 판사님들 머리와 마음 속 사유의 흐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과한 요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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