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부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 연합뉴스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공백이 생긴 자원개발 사업을 중국이 독차지하기 위해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탈레반도 중국의 투자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간은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 등 다양한 광물자원을 이용해 경제적 자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불안정한 내부 상황이 반복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에 찬물을 부었다.
글로벌 천연자원펀드를 운용하며 채굴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트리베카 인베스트먼트의 벤 클리어리 CEO(최고경영자)는 "탈레반이 장악한 무법천지의 아프간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투자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와 캐나다, 미국에 있는 어떤 회사도 현지의 자산을 구입할 권한이 없다"면서 "중국만이 유일한 잠재적 구매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샤오융 신임 아프간 특사. 연합뉴스탈레반 통치 아래 투자 전망에 대한 물음에 중국 외교부는 "모든 국가에서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는 것이 잠재적 투자를 위한 기본조건"이라고 말했다.
관영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7일 중국이 아프간의 전후 재건과 교착상태인 프로젝트를 재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중국 금속기업 관계자는 "상황이 안정되고 탈레반 체제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면 아프간의 대규모 구리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MCC(중국야금)와 장시 구리의 컨소시엄은 2008년 메스 아이낙 광산의 30년 채굴권을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개발에 나서지 못했다.
MCC 한 소식통은 "채굴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5~6년이 걸릴 것"이라며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한 프로젝트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광산의 검문소에서 탈레반의 공격으로 8명의 보안요원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
탈레반 2인자와 회담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앞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탈레반을 공식적인 조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지난달 탈레반 정치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톈진으로 초청했다. 외교부는 탈레반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겠다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을 통해 "아프간의 상황이 순조롭게 바뀌고, 테러 조직이 활동할 수 없도록 개방되고 포괄적인 정치 체제가 구축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탈레반 체제 아래 인권 유린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금과 천연가스, 우라늄, 보크사이트, 석탄, 철광석, 희토류 등 자원에 대한 전 세계 투자의 또 다른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ANZ의 다니엘 히네스 전략가는 "대부분의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은 자원에 대한 투자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점에 더 엄격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장애물을 생각할 때 꽤 어려운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에는 3조 달러(약 3518조 원) 규모의 천연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 연합뉴스탈레반도 중국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중국 관영 CGTN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거대한 경제와 능력을 가진 큰 나라"라며 "그들이 아프간의 재건과 부흥, 복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화해를 촉진하는데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아프간 재건에 기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종교적 극단주의가 신장 위구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탈레반이 지배하는 지역이 분리주의 세력의 은신처가 될 것을 우려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