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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다가온 미중냉전, 멀어진 기후대응

    핵심요약

    바이든 "이제 주님 만나…기후변화 탈퇴 사과"
    죗값 치르나? 기후변화 예산 654조원 편성노력
    탄소배출 1위국 중국, 미국 협조요구에 어깃장
    미중 신냉전 속 기후변화 협력 기대감 무너져
    미중 갈등구도 강화될수록 지구적 재앙 불가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더힐 트위터 캡처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더힐 트위터 캡처조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120여개국 정상들 앞에서 한껏 자세를 낮췄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연설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데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내가 사과하지 말아야 할 것 같지만 전임 행정부가 파리협약에서 탈퇴해서 우리를 궁지에 빠뜨린데 대해 정말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또 "4~5년 전 미국 국민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전혀 확신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들은 이제 주님(Lord)을 만났다. 그리고 마침내, 마침내, 마침내, 마침내 여러분의 다급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마침내'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구사했는데, 겸연쩍거나 강조할 때 같은 말을 일부러 반복하는 바이든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다. 
     
    전임자의 과오를 대신 사과하는 말로 진솔하게 들리면서도 약간 낯이 간지럽기도 하다.
     
    국제적인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려놓고 이제 와서 사과만하면 끝이냐는 볼멘 반응이 충분히 나올 법하다. 
     
    기후변화 총회에 참석해 기후대응을 약속하는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기후변화 총회에 참석해 기후대응을 약속하는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죗값을 치르겠다는 듯 앞으로는 열심히 하겠다며 공격적인 미국 기후변화 대응안을 내놓았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10억t 감량 및 2005년 대비 50~52% 수준으로 절감,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온실가스 순배출량 0) 달성 등이다.
     
    그는 이를 위한 5550억 달러(654조 원)의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노력은 한편으로는 공허하게 들린다. 
     
    맞춰서 소리를 낼 다른 손바닥이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노력은 전 지구적으로 공동보조를 맞춰야 효과가 날 수 있다. 
     
    특히 탄소배출 압도적인 세계 1위(14기가 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러나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 흔한 화상회의, 화상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중국은 COP26 회의 사전 무대였던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도 미국 주도의 기후변화 노력에 어깃장을 놓았다.
     
    G20 로마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여해 연설하는 시진핑. 연합뉴스G20 로마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여해 연설하는 시진핑. 연합뉴스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하자는 의견에 반대한 것이다.
     
    결국 공동성명에는 그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금세기 중반'이라는 애매한 문구가 들어갔다. 
     
    미국과 중국이 이념전쟁, 무역전쟁 속에서도 기후변화를 놓고는 협력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보기 좋게 퇴짜 놓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G20이 끝나기가 무섭게 14개 국가 정상들을 소집해 반(反) 중국 글로벌 공급망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등 세 과시에 나섰다.
     
    중국으로선 미국의 기후변화 협조 요구에 응해줄 이유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G20 화상연설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압박했다. 
     
    "개도국 자금 지원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기술보급에도 앞장서라"는 것이다. 
     
    대만에 미군주둔이 사실로 확인돼 정치, 경제적으로 더욱 첨예하게 미국과 부딪히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중국이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 역사적으로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해온 것만은 아니다.

    한 때는 요구에 화답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국이 미국 대통령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때는 기후변화에 더욱 반응을 했었다"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국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기도 했었다"고 소개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상호협력, 상호존중 관계를 구축하는 대신 신냉전적 대결 구도로 치닫게 될 수록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재앙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G20 회의 때 미국과 중국간 신경전에 지구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사이 기후변화의 또 다른 주범국으로 꼽히는 러시아(탄소 배출국 3위)와 인도(4위)는 그 책임의 그물에서 여유 있게 빠져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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