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 연합뉴스법조계 비리 사건인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의 수사 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판사들이 모두 무죄를 확정받았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불거진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두 번째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56·사법연수원 19기), 조의연(55·24기), 성창호(49·25기) 부장판사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25일 확정했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할 당시 검찰이 법원에 낸 '정운호 게이트' 수사기록과 영장청구서 등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를 받아왔다.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는 같은 법원 영장전담판사로 있으면서 신 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사법부로 향하는 수사를 저지하려는 목적에서 조직적으로 기밀을 빼돌렸다고 봤다.
하지만 1·2심은 이들의 조직적인 공모가 인정되지 않고 유출한 내용도 공무상 비밀에 속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한형 기자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상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비밀 누설에 따라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무원이 다른 공무원에게 직무집행의 일환으로 비밀을 전달한 경우 국가 기능에 위험이 발생하리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한 보고는 직무 수행의 일환으로, 법원행정처가 이를 일반에게 유포하는 등 국가의 수사·재판 기능을 저해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수사 정보도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날 확정 판결을 받은 3명의 판사를 포함해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모두 14명이다. 그중 대법원 판단이 나온 건 이번 선고가 두 번째다. 대법원은 지난달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 재판연구관의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밖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 심판 대상이 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를 비롯한 다른 전·현직 법관 대부분은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