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 석방됐던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지난해 11월 16일 재판 출석을 위해 수원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이한형 기자정부의 코로나19 방역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항소심에서도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30일 수원고법 형사3부(김성수 부장판사)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횡령,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교주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준법 강의 수강 80시간을 명했다.
다만 1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검찰은 피고인이 감염병예방법 18조를 위반했으니 같은법 79조에 의해 처벌해야 한다고 공소를 제기했지만, 피고인은 18조가 정한 역학 대상자가 아니며 76조 2가 정한 '환자정보 제공'을 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8조가 정한 방법으로 역학조사가 이뤄진 것이 아닌데도 관련 규정을 확장해 처벌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즉, 1심과 같이 시설 현황과 교인 명단 제출 요구가 역학조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단 신천지 교주 이만희. 이한형 기자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신천지가 시설 757곳에 대한 정보를 누락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중 교회는 1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숙소나 문화시설 등이 대부분"이라며 "게다가 자료 누락 지적 이후 신천지가 제출한 현황에는 이곳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으므로 고의로 자료를 누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경기도가 폐쇄 처분한 신천지 박물관 부지를 이 교주가 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천지 교인들의 믿음을 저버린 채 교회 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아 죄질이 나쁘다"며 "다만 가평 평화의 궁전 지분을 신천지에 이전하는 등 피해 회복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신천지 행사를 위해 지자체 허가 없이 공공시설을 사용한 혐의 중,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선 원심과 달리 유죄를 선고했다.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항소심이 열린 30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수원고법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재판이 끝난 뒤 수원고법 앞에 모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는 입장을 밝혔다. 전피연 관계자는 "이번 재판에서 이만희 교주가 법정 구속돼 가족을 버리거나 가출한 피해자들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했다"면서 "56억원 정도를 횡령한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나온 적은 없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대형 로펌 등 변호사 비용을 많이 쓴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피해자들은 더 큰 피해를 막고, 집을 나간 가족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주 측 변호인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저희 항소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므로 판결문을 검토하고 의뢰인과 협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주는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월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 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해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신천지 연수원인 가평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50억여 원의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 원을 횡령하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자체 승인 없이 지역별 공공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열어 업무방해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단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지난해 3월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사죄의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1심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고, 특경법 위반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보고 이 교주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이 교주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교주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코로나19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방역당국에 자료 제출을 허위로 했다"며 "그 영향이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미치고 있으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교회 내에서 사실상 절대자로 군림하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했다"며 "수십억에 이르는 재산을 개인적으로 쓰고, 공공시설에 무단으로 침입하기를 반복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