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약사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직접 게시한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 일베 캡처 "약사법에 의하면 문제가 없는 행동입니다".
최근 마스크, 반창고 등을 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알려져 '폭리 논란'에 휩싸인 약사가 주장한 내용이다. 해당 약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에서 모든 의약품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의 말조차 들어주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고스란히 올라와 있다. 지난 4일 "한국을 욕 먹이는 약사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약국에서 숙취해소 음료를 샀는데 한 병당 5만 원이 결제돼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환불해달라고 얘기했지만 해당 약사는 되레 민사로 접수하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에 약사 K씨는 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약값 논란과 관련, "약사법에 의하면 문제가 없는 행동"이라며 "자유경제 시장 논리에 의해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해결, 권장소비자가격 제도 부활, 면허대여 약국 폐지"를 외치며 "이 3가지 조건만 해결되면 가격을 정상가로 되돌릴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매체에선 해당 약사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K씨가 운영하는 약국 내 의약품에 '판매가격'이 5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K씨 주장의 근거는 약사법 제56조(의약품 용기 등의 기재 사항) 제2항에 있다. 해당 조항에는 "약국 개설자 등 소비자에게 직접 의약품을 판매하는 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의약품의 가격을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적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K씨는 판매 전에 이미 가격을 명시해뒀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약사가 의약품에 표시해두기만 하면 가격을 마음대로 설정해도 괜찮느냐'고 묻는 질문에 "의약품 가격 표시제 실시 요령을 참고하면 된다"고 답했다.
법제처 '의약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제4조(표시의무자 등)의 내용은 이렇다.
해당 요령 제5조(가격표시 방법)에도 의약품의 상한 가격과 관련된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전시 유성구 보건소 관계자 역시 "(의약품 가격을 설정할 때에는) 상한이 없다"고 전했다. "(약국 간)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 의약품을 구입한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팔면 안 된다는 법적 근거는 약사법 47조와 시행규칙 44조에 존재하지만, 가격의 상한선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부연했다.
K씨의 약국에 방문했던 손님들이 작성한 리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최근 K씨가 운영하는 약국에 대한 민원이 관할 지자체에도 다수 접수되고 있는 모습이다. 유성구 보건소에 따르면 6일 기준 15건~16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유성구청과 대전시약사회에도 같은 내용의 민원이 다수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행정적으로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청 측은 "보건소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꾸준하게 계도를 나가는 중이지만, 개인의 거래에 (지자체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유성구 보건소 역시 "약사법을 위반했어야 행정처분이 가능한데, 단순히 의약품을 비싸게 팔았다고 해서 약사법 위반은 아니다"라며 "(K씨가) 이미 가격을 붙여두였기 때문에 약사법 제56조 제2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전시약사회는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약사회 내부 징계 조항이 따로 존재하냐'는 질문에 "내부 윤리 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했고 (K씨의 약국을) 직접 방문하고는 있지만, 이는 윤리적 문제이기 때문에 지부 차원에서는 따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대한약사회 측은 K씨를 '약사 업무 윤리규정' 등에 따라 심의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대한약사회는 K씨를 경고 처분이나 회원 자격을 정지하는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진환 기자이 가운데 K씨가 약사법이 아닌 형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대전 유성 경찰서 관계자는 "약사법으론 처벌이 힘든 건 맞다"면서도 "다만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서 측은 "시장 경제의 자유에 따라 (의약품) 비용이 따로 설정돼 있지 않았던 건데, (K씨의 행위는) 경제 질서와 사회 공동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수사 기관 차원에선 사기 행위가 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예를 들어, 약사가 결제 전에 말로 '이게 5만 원인데, 사겠냐'고 물었다면 손님들이 안 사지 않았겠냐"며 "약사들이 그러할 의무가 있는지와 손님들이 약품을 구매할 당시 정황을 수사해, 형법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를 충분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