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장관. 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러시아 군을 파견해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라고 명령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중국은 긴장 고조행위를 피하고 외교적 해결에 힘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모든 국가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도 존중받아야 하고,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모든 국가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부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의미한다. 반면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수호해야 한다'는 표현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지켜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왕이 부장의 발언은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공감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중국 입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기조 하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중국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
중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안보 우려를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등 러시아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사태가 긴박하게 전개되자 우크라이나의 주권·독립·영토 완전성도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쪽으로 선회했다.
중국이 중립으로 입장으로 방향을 튼 것은 식량 수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뿐 아니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 분리독립 등 현상 변경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현상 변경을 인정하는 발언과 행동은 국제사회에 모순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한편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2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최근 추이를 고도로 주목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각 측은 자제를 유지하면서 긴장 국면을 심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국은 대화와 협상을 계속해 평등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피차의 우려를 해결하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것"을 호소했다.
장 대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 상황에 이른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중국은 일관되게 사안 자체의 시비곡직에 비춰 입장을 결정해왔으며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근거로 각국이 국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