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김선태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편집자주]친구처럼 들려주는 부드러운 뉴스. 편안하게 풀어쓴 취재 스토리 '노컷B'에서 확인하세요. "저를 향한 비난도 이해하고, 제가 감수하고 가야 할 부분이었습니다…하지만 비난이 무서워서 제가 할 일을 하지 않으면, 그게 더 큰 비난이 되지 않았을까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종목은 쇼트트랙이었습니다. 특히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공식 경기로 채택된 혼성 계주 2000m에서 초대 챔피언으로 기록됐습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총괄했던 것은 한국인 김선태(46) 감독이었습니다. 김 감독은 2018 평창올림픽 때 한국 대표팀을 이끈 사령탑이었죠. 중국은 쇼트트랙 종목에서 김 감독과 함께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고 대회 종합 3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팀을 맡게 된 것부터 판정 논란까지 궁금한 게 많았죠. 김 감독은 올림픽 기간 한국 취재진 인터뷰에 한 차례만 나섰을 뿐 말을 아꼈습니다. 2월 5일 중국 팀이 혼성 계주 금메달을 딴 직후였죠.
"인터뷰를 하는 것이 한국 선수도 중국 선수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당시 김 감독은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 취재진 인터뷰에서 인터뷰 고사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후 김 감독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2월 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하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감독과 빅토르 안(안현수) 코치가 훈련 중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그런 김 감독을 한국에서 만났습니다.
중국과 계약 기간이 끝났고 김 감독도 한국으로 귀국했죠. 지난 10일 김 감독은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그동안 베이징에서 나누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서울 강남에서 하게 됐습니다.
이슈가 많았던 만큼 처음부터 민감한 질문이 오갔습니다. 김 감독은 차분하게 하나씩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딱딱한 인터뷰보다는 편안한 대화에 가까웠죠.
"고향은 아니지만 쇼트트랙 지도자 경력으로 보면 제 활동 무대가 거의 중국이었습니다. 작은 팀부터 하나씩 단계를 밟아 올라갔고 대표팀 감독까지 하게 됐습니다. 밑바닥부터 올라갔죠." 김선태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김 감독의 이력을 잘 모르는 분들은 국내에서 활동하던 그가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중국으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경력 대부분은 중국 무대였다고 말했습니다.
무릎 부상으로 1999년 국가대표 현역에서 은퇴한 후 김 감독은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자가 많아서 쉽지 않았고 해외 무대로 눈을 돌렸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해외 무대 선택은 드물었죠.
김 감독은 2004년 중국 창춘시의 주니어팀을 맡은 뒤 조금씩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갔습니다. 2006년부터는 4년간 일본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로 활동했습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여자 대표팀 감독에 이어 이번 올림픽 총괄 감독이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중국 때 커리어를 바탕으로 평창 대회 때 한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어 편파 판정, 자신을 둘러 썬 여러 오해에 대해 김 감독은 솔직한 자기 생각을 말했습니다. 때로는 미소로, 어떤 때는 신중한 표정으로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했습니다. 논란과 관련된 대화는 다음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단독 인터뷰]쇼트트랙 김선태 감독 "매국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김선태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여러 이야기 중 빙질과 훈련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대회 당시 경기장의 빙질에 대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빙질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이야기가 주였습니다. 여러 선수가 넘어지는 모습이 속출했죠.
여기에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공식 훈련장을 사용하지 않고 별도로 마련된 훈련장에서 연습했습니다. 주최국이라 가능한 것이었죠. 베일에 가려진 중국 팀의 훈련에 베이징 올림픽 공식 촬영팀조차도 인터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코로나19 방역에 굉장히 신경을 썼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혹시나 모를 감염을 우려해 중국 측에서 기존에 연습했던 훈련장을 사용하길 권했고 김 감독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죠.
여러 번의 훈련장 훈련보다는 실제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단 한 번의 연습이 중요한 만큼 중국 팀도 경기장 빙질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경기장 빙질 관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전문 팀이 했습니다. 저희도 시시각각 변하는 빙질에 애를 먹었습니다. 좋은 얼음판을 선호하는데 경기장 빙질이 막 달라지더라고요." 피겨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장을 함께 쓰다 보니 비교적 얼음이 부드럽고 두께가 얇은 피겨 때와 보다 두껍고 더 단단한 쇼트트랙 경기장 사이에서 빙판이 혼란스러웠다는 것이죠.
이는 베이징 대회뿐만 아니라 평창, 소치 대회 때도 같았습니다. 이런 오해 아닌 오해들이 싸여 곤혹스러웠다는 김 감독이었습니다.
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하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감독이 훈련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김 감독의 중국과 계약은 올림픽 종료 후 끝났습니다.
약 1년 6개월 만에 귀국한 그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김 감독은 그사이 기르던 강아지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면서 허탈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일단 너무 8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와서 좀 뒤도 돌아보고 공부도 좀 더 하고 싶어요. 가족하고 너무 시간을 못 보냈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더 공부해야겠다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는 잠시 쉼표를 가질 것을 밝혔습니다.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공부도 할 예정이었죠.
약 3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중국에는 많은 한국인 코치가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다녀간 코치는 10명 훨씬 넘죠. 한국 사람이 와서 '대충하고 갔다. 돈만 벌고 갔다'가 아니라 '열심히 잘하고 갔다'는 이야기 들어야 하잖아요." 많은 비난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선택을 했고 막중한 책임감과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김 감독.
쇼트트랙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는 그의 목표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