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구글이 자사의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자사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기로 한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아웃링크 금지 방침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콘텐츠 업계는 일단 구글의 정책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내달 1일부터 구글 인앱 정책 안 따르면 '퇴출'
30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금껏 게임 앱에 한해서 적용하던 인앱결제를 모든 앱으로 확대한 뒤, 자사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는 앱의 업데이트는 현재 금지된 상태며 오는 6월 1일부터는 구글플레이에서 삭제될 예정이다.
구글이 말하는 인앱결제 정책의 핵심은 이렇다. 최대 3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인앱결제를 사용하거나, 인앱결제 내 제3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최대 26%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앱 내에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가 있었다면 삭제해야 한다.
최근까지 상당수 콘텐츠업체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을 배포하면서, 앱 내에 별도 웹페이지 등 외부 결제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왔다.
이는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한 일종의 우회로였다. 구글 인앱결제 통행세는 최대 30%에 달한다. 제3자 결제는 수수료가 4%p 낮다 하더라도 자체 결제수단 시스템을 만드는 비용과 신용카드·PG사 수수료를 생각하면 최대 26%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실익이 없다는게 콘텐츠업체의 설명이다.
그러나 구글이 '정책 미준수 앱'들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하겠다는 강수를 두자 업체들은 더 이상 아웃링크 방식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수수료 부담이 증가한 업체들이 콘텐츠 이용료를 올리는 '연쇄효과'가 발생했다.
네이버웹툰은 30일부터 네이버웹툰 안드로이드 앱 결제를 위한 쿠키 가격을 개당 100원에서 120원으로 인상했다. 카카오웹툰도 6월 1일부터 안드로이드 앱 내에서 웹툰 열람에 필요한 '캐시' 가격을 20% 인상한다.
그보다 앞서 웨이브·시즌·티빙 등 국내 OTT들은 안드로이드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용권 금액을 15%가량 올렸다. 웹소설 서비스 조아라, 음원 서비스 플로, 바이브 등도 가격을 올렸다.
다만, 이번 가격 결정은 안드로이드 앱 구매 시에만 적용되며 PC 및 모바일 웹결제 등 인앱결제가 아닌 결제방식을 이용할 경우 기존과 동일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방통위, '위법소지' 있다지만…'사후규제' 한계도
연합뉴스방통위는 구글의 이러한 방침에 '위법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이다.
방통위는 지난 26일 기자설명회에서 구글이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라는 두 가지의 선택권을 제공했더라도 △개발자 입장에서 충분한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거나 △개발자가 선택 방식을 원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상황이면 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이는 실무과의 입장이며 방통위가 위원회 구조라 기관의 공식 입장은 보고·심의·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며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의 결제방식 외에 다른 결제방식을 허용한 경우 아웃링크 결제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 사실을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현재 구글·애플·원스토어 등에 대해 실태점검을 진행 중이다. 만일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사실조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제 피해사례와 법 위반 입증은 필수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사후규제법이라 법 위반 사항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인지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입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증이 되면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활한 입증을 위해선 실제 피해를 입은 콘텐츠 업체들의 '신고'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부분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갑'인 만큼, 분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업체들엔 상당한 부담이라서다. 대부분의 콘텐츠 업체들이 기존 체제를 일단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 방통위가 지난달 13일 개소한 앱 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신고 건 1건뿐이다. 미디어 및 콘텐츠 앱 개발사의 신고 건수는 전무했다.
원스토어, '반사이익' 가능할까
한편 구글의 인앱결제를 기회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는 구글 등과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미디어 콘텐츠 앱에 대한 기본 수수료를 기존(20%)의 절반인 10%로 인하하기로한 것이다. 여기에 거래액 규모와 구독 비중에 따라 수수료를 6%까지 단계적으로 낮출 방침이다.
원스토어 측은 "최근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의 횡포로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기업이 서비스 이용료를 인상하게 됐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새 수수료 정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원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약 70%)에 이어 애플 앱스토어와 비슷한 15%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