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탑동해변광장. 고상현 기자"밤에도 너무 덥다 보니깐 산책 겸 조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열대야 일수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 23일 오후 8시쯤 제주시 탑동해변광장. 산책로 쪽 계단에 앉아있던 박향숙(48‧여)씨는 탁 트인 광장에서 뛰노는 조카들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절기상 가을로 접어든다는 '처서'이지만 낮 최고기온이 33.4도까지 치솟은 이날, 밤에도 수은주가 내려가지 않자 시민들은 해변광장으로 나와 공연을 보거나 맥주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제주대학교 밴드 동아리의 버스킹 공연을 지켜보던 강대원(24)씨는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있으면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서 밖으로 나왔다. 해변에 나오니깐 시원해서 좋다"고 말했다.
탑동해변광장에서 만난 김강민(24)씨도 "연일 무덥다 보니깐 시원한 곳을 찾아서 다니는 거 같다. 카페를 간다거나 친구들이랑 드라이브를 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밤에도 이어지는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제주시 노형동 한 영화관에는 평일 늦은 시각에도 많은 사람이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호철(35)씨도 "덥고 그래서 시원한 바람에 영화 보면 해소될까 해서 왔다"고 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는 직장인 김병준(29)씨는 "퇴근하고 밖에 나와서 저녁으로 고기를 먹었는데, 너무 더워서 갈 데 없나 해서 고민하다가 시원한 극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제주시 노형동 한 영화관. 고상현 기자
제주의 열대야 발생 일수가 연일 역대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3일 제주의 열대야 발생 일수는 '52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24일도 열대야가 나타나며 53일로 늘어난 것이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23일) 오후 6시1분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주요 지점별 최저기온은 제주가 26.1도, 고산 25도, 성산 25.7도, 서귀포 26.2도를 기록하며 열대야가 나타났다.
올해 열대야 발생 일수는 제주가 53일, 고산 37일, 성산 30일, 서귀포 39일이다.
기상청은 이날 제주에 비가 내리면서 당분간 열대야 가능성은 낮아졌으나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내외로 올라 더운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건강과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