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본토를 휘젓고 다닌 소위 '정찰 풍선' 사태로 충돌했던 미국과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1주년을 계기로 다시금 충돌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데 이어 중국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 방문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등 확실한 대립구도가 조성되고 있다.
우크라 직접 찾아간 바이든 "미국이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자국 전투병력이 없는 전쟁지역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키이우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굳건한 지원을 약속했다.
연합뉴스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포탄과 대기갑 시스템, 방공 레이더 등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류를 포함해 모두 5억 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약속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4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후방에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진핑, 러시아 방문 성사될까?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날 공교롭게도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왕이 주임의 방문은 이미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과 겹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중국은 이번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동시에 왕이 주임의 러시아 방문의 목적이 시진핑 주석의 러시안 방문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외무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이 올해 양국 의제의 중심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히 바 있다.
美 "무기지원 안돼" VS 中 "명령 자격 없어"
최근 소위 '정찰 풍선' 문제로 갈등을 빚을 바 있는 양국이 이번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다시금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미 해군 제공당장 미국은 중국을 향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군사 지원이) 미중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왕이 주임과 회동한 직후 발언이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같은 회의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어떤 식으로든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이는 침략행위 대한 보상이 되고, 살해행위를 지속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은 전장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미국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미국 측은 중국 측에 명령할 자격이 없다"라며 "우리는 미국이 중국-러시아 관계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데 대해 수용한 적이 없으며, 협박과 압박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방침은 한마디로 화해를 권하고 평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며 "누가 싸움을 붙이고 대항을 조장하는지 국제사회는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갈등…신냉전 시대 서막?
연합뉴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단계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의 갈등은 이어져왔지만 수면 밑에서의 힘겨루기 정도였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외부의 지원이 절실해지며 미중 양국이 후원자로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정찰 풍선 사태가 발생하며 미중간에도 직접적인 안보 이슈가 불거지면서 양국간 대립구도가 보다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아직까지는 양국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 보다는 상대방을 향해 '말폭탄'을 터트리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이것이 양국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신냉전 시대로 접어드는 과정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