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 경기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뽑내고 있다. 대한택견회 제공'이크 에크' 기합 소리로 유명한 택견이 국제화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대한택견회가 최근 국제화를 위한 일환으로 경기 규칙을 대폭 개정했다. 이는 중국과 세계 인구 1위를 다투는 인도 진출을 앞둔 교두보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택견의 경우 여러 단체가 존립하지만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 단체는 대한택견회가 유일하다. 대한택견회가 경기 규칙을 대대적으로 손을 본 것은 2001년 대한체육회 인정 단체 등록 이후 20년여 만에 처음이다.
택견은 우리나라 전통 무술이자 단체 민속 스포츠다. 1983년 무술 중 처음으로 무형 문화재(중요 무형문화재 제76호)에 등재됐다.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역시 무술 중 최초다.
이처럼 택견은 세계적으로 가치가 공인된 바 있으나 대중에게는 '이크 에크' 기합 소리 정도만 알려져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 국제 기구가 없는 택견은 종종 태권도의 대중·국제화 성공과 비교되며 혁신 여론도 제기돼 왔다.
'택경경기규칙2.0' PPT 자료. 대한택견회 제공택견인들, 규칙개정 요구 목소리 높아→ "지적사항 다수 반영했다"지난해 대통령기 택견 대회와 전국체전 등을 치르면서 다수의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번 규칙 개정에 지적 사항을 다수 반영 했다는 것이 대한택견회의 설명이다.
택견 선수들은 그동안 ▲신속하고 정확한 승패 판정 및 소정 결과 처리 ▲감독 심판 판정 및 권위적 모습 해소 ▲심판 수급의 어려움 해소 ▲비디오 판독권 및 심판 기피제·명단 공개 적용 등을 요구해왔다.
이같은 요구 등을 고려해 대한택견회는 지난 17일 택견 경기 규칙의 대대적 개정 내용을 골자로 하는 '택견경기규칙2.0'을 완성했다. 1년여의 준비 과정 및 3차례 분과위원장 회의를 거쳐 개정한 경기 규칙은 지난 18일 8차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대한택견회는 이날 충북에서 열린 '2023년 제1차 택견 심판 자격 고시 및 보수 교육' 행사에서 100여 명의 택견 심판들을 대상으로 규칙 개정을 공식 공표하고 '택견경기규칙2.0'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에서는 ▲경기 규칙2.0 및 심판위원회 규정 ▲심판 수신호 규칙 및 실습 ▲심판 윤리 등에 대한 설명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경기 규칙 전면 개정은 십 수년 동안 유지됐던 기존 택견 심판 제도 역시 대폭 바뀐 것을 의미한다. '경기 규칙2.0'은 경기 규칙과 심판 규칙을 통합하고 있다.
안치영 대한택견회 차장은 "기존 심판 제도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국제 경기 규칙 기준에 부합하는 택견 경기 규칙 고도화를 위해 규칙 개정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택견은 국제기구가 아직 없기 때문에 종주국 NF(National Federation)인 대한택견회에서 경기 규칙과 심판 규칙 개정을 담당하고 있다.
'택견 경기 규칙2.0'에 따라 바뀐 규칙은 ▲기존 2심제(감독 심판 1명, 주심판1명) → 3심제(주심판 1명, 부심판 2명) ▲각 코트별 전문 비디오 판독관 배치 ▲대회 개최전 심판 명단 전면 공개 ▲경기 참여 선수와 뒷배(코치)가 특수 관계에 있는 심판 배제할 수 있는 기피 제도 도입 등으로 요약된다.
2심제를 3심제로 전환한 것은 보다 객관적 판정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트별 비디오 판독관 배치의 경우 경기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실제 택견 경기는 3코트 경기를 벌이면서 소청위원회 1곳에서 비디오 판독을 하다 보니 판독 요청이 겹칠 경우 장시간이 소요돼 왔다.
또 기존에는 확정 심판이 확실히 공개되지 않아 선수들이 심판 배제 기피를 사실상 하기 힘들었다. 이번 개정으로 심판 명단을 보고 기피 신청을 하면 심판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심사를 하게 된다.
오는 5월 전북 군산시에서 개최되는 제22회 택견 최고수전을 시작으로 충남 청양군에서 열리는 제19회 대통령기 전국택견대회, 전남에서 진행되는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등에서 개정된 경기 규칙이 적용될 예정이다.
택견 선수가 화려한 발차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대한택견회 제공국제 경기규칙 기준 부합 → 인도진출 → 세계화
대한택견회는 이번 국제 경기 규칙에 맞는 개정을 발판으로 택견의 세계화에도 전력할 방침이다.
현재 대한택견회에 등록된 선수는 300여 명, 심판은 100여 명 가량이다. 이들 택견인들은 4년마다 '택견세계무예마스터쉽'에 참가, 택견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택견은 10여 개국에 보급된 상황이다. 특히 프랑스와 체코는 현지인이 국내에서 택견을 수련한 후 자국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등 택견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로 알려졌다.
대한택견회는 다음 달 인도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인도체육회와 협정 등을 통해 택견의 공식 보급을 성사 시킨다는 계획이다. 인도 진출 성사 후 보다 많은 국가에 택견을 보급해 세계화에 한걸음 다가간다는 복안이다.
이일재 대한택견회 회장은 "선수, 지도자, 심판의 인권 향상과 승부 조작 방지를 통해 공정하고 국제 룰에 맞는 택견 경기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택견경기규칙2.0'의 핵심" 이라며 "택견의 세계화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