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열린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 대회 개회식. 연합뉴스세계 생활 체육인들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 마스터스 대회(아태 마스터스)가 폐막 한 달 시점임에도 각종 논란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금품을 지급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참가자 수를 늘려 발표하는 등 논란에 휩싸인 것.
여기에다 대폭 감소된 국비 규모, 참가비 면제 특혜, 여행사 계약건 예산 낭비, 손 놓은 온라인 판매, 순환 관광 버스 이용 저조 등의 비판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막대한 예산·행정력을 투입한 국제 대회였음에도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동네 잔치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12일 전라북도와 전라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올림픽,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아태 마스터스는 지난달 13일 전북에서 개막, 20일까지 치러졌다.
당초 대회 조직위는 아시아 32개국, 유럽 15개국, 아프리카 10개국, 오세아니아 6개국, 북아메리카 4개국, 남아메리카 4개국 등 71개 나라에서 역대 최다인 1만4177명이 참가했으며 이중 외국인 참가자 수는 30% 가량인 4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외국인 참가 인원은 3381명(선수 2092명, 동반인 1282명)에 그쳤다.
특히 참가 규모를 늘리기 위해 국내외 참가자들에게 초청비 명목으로 대회 등록비보다 비싼 최대 25만 원의 금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수진 전북도의원은 이날 CBS 노컷뉴스의 관련 취재에 "(확인 결과) 참가자에게 20만 원 가량의 돈이 지급됐다. 체제비 명목으로 등록비 외에 많게는 25만 원씩(상품권 포함)이 나갔다. (결과적으로) 20만 원씩을 2350명에게 지급했다. 아태 마스터스는 숙박, 교통비, 등록비를 포함한 모든 돈을 참가자 본인이 내는 게 기본으로 돼 있다. 국내 선수 등록비(12만 원)의 2배 가량 많은 돈을 지급한 게 말이 되나. 돈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언급 대로라면 참가자당 20만 원씩 지급을 전제할 시 4억7000만 원의 돈이 선수들에게 지급된 셈이다.
실제 경기에 참가한 선수에 대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소위 '먹튀'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대회 조직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참가자 수 부풀리기 지적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또 선수단 금품 지급 논란과 관련해서는 "참가비와 등록비를 지원해서 참가를 독려했다고 얘기를 들었다. 참가비 지원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원 기준이 어떻게 되느냐 등등을 점검하고 면밀하게 분석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참가자 대상 금품 지급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국비는 7억 줄고 지방비는 7배 증가, 말레이시아 전 대회 대비 예산 8배 투입
16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대회에 국비 확보가 미비했다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국제 대회였음에도 당초 30억 원 국비가 23억 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지방비는 15억 원에서 7배가 증가한 116억 원으로 늘어났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전 대회의 예산은 23억 원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비 지원 금액이 삭감된 것으로 안다. 대회가 1년 연기되다 보니 자원봉사자라든가 인건비, 홍보비 등 이런 것들이 증액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시·군비와 도비가 증액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태 마스터스 대회 관련 참가자 모집을 계약한 여행사별 계약금액과 실적. 전북도의회 본회의 영상 캡처외국인 참가자 8200명 모집 조건으로 계약한 3곳 여행사의 실적도 엉망이어서 예산 낭비 비판도 사고 있다. 3곳 여행사에게 1억 원 가량의 돈이 지급된 상황이지만 이들 여행사가 모집한 참가자 수는 모집 조건의 10% 가량인 899명이 전부다. 특히 거대 시장인 중국인은 단 한 사람도 모집하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대회 온라인 공식몰에서 10개월간 판매한 금액은 고작 5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북 관광지 홍보 차원에서 운행했던 순환 관광 버스(야간 특별 코스) 이용자는 191명에 그쳤다. 800억 원대로 추산한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외국 참가자의 38%에 달하는 1700여 명이 몽골인이었으나 578명의 통역 중 8명만 몽골 통역사를 배치한 것을 비롯 650명의 경기 출전 참가비를 면제해주는 특혜 정황 등도 거론되고 있다.
대회를 둘러싼 총체적 문제를 두고 지역 사회에서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도 A 공무원은 "혈세가 들어간 165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썼으나 경제 효과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작다. 시민, 지역 주민에게는 혜택이 거의 없는 것 아니냐. 누구를 위한 대회였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 대회 유치 효과 등에 대해 사전에 따져보는 세심한 정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열린 전북도의회 제401회 정례회 도정질문. 이수진 의원의 아태 마스터스 대회 관련 질의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청취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본회의 영상 캡처김 지사는 지난 8일 열린 전라북도의회 제401회 정례회에서 여러 비판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여행사 계약건 예산 낭비 비판에 대해서는 "참가자 모집 여행사가 계약 후 모집에 대한 독려 활동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문제 여부를 확인해 볼 것"이라고 밝혔고 참가비 면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파악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또 순환 관광 버스 이용 저조건에 대해서는 "순환 버스 이용객이 예상보다 많이 부진했다. 원인을 분석하겠다"고 말했고, 온라인 몰 판매 저조와 통역사 배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판매 저조는) 적절하지 않았다. 몽골 통역사 배치 문제의 부실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태 마스터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국제 마스터스대회협회(IMGA)에서 주최했다. 전북 아태 마스터스 조직위원회, 전라북도 체육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한국관광공사 등이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