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중고 에어컨 업체 모습. 황진환 기자정부가 오는 7~9월 적용 대상인 3분기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하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냉방기기 전력 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을 앞두고 냉방비 폭탄 등 국민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지만, 40조원에 육박하는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 해소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1일 3분기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지난 분기와 같은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매 분기 시작 직전 21일쯤 연료비조정단가가 확정된다.
연료비조정단가는 kWh당 ±5원 범위에서 조정이 가능한 구조 속에서 현재는 이미 최대치인 5원을 적용하고 있다. 전력량요금을 포함 다른 전기요금 항목을 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3분기 전기요금은 사실상 동결되는 셈이다.
당초 산업부는 지난해 말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선 올해 안에 최소한 ㎾h당 51.6원 이상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 1분기에는 13.1원, 2분기엔 8원을 각각 인상했기 때문에 3, 4분기를 합쳐 최소한 30.5원을 올려야 기존 계획을 달성할 수 있다.
강경성 산업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그 당시 예측과 지금 예측은 달라질 수 있다"며 물가안정과 국민부담 등을 동결의 이유로 거론했다. 냉방기기 가동을 위해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철을 앞두고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냉방비 폭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이후 전기요금이 상당히 인상됐고, LNG(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 주택가 전기계량기 모습. 황진환 기자문제는 40조원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이후 2년 간 한전의 누적 적자는 38조 5천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올 1분기에만 6조 2천억원가량 적자가 늘면서 이미 누적 적자는 40조원을 훌쩍 넘었다. 한전 적자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역마진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선 큰 폭의 요금 인상이 절실하지만, 동결을 선택한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셈이다.
LNG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하향세를 반영했다는 정부의 진단과 관련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요금 인상분은 누적 적자 해소용이 아니라 사실 올해 한전의 적자를 막기 위한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며 "최근에 가격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산유국들의 감산 등 영향으로 LNG 가격도 재차 오를 조짐이 일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동북아시아 LNG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현물 가격은 백만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지난 20일 기준 약 12.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9.8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지난 1일에는 9.2달러까지 내려갔지만 최근 들어 재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 해소와 전력을 많이 쓰는 소비자들의 사용 억제 등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누진제 강화 등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전기요금을 동결하더라도 지금보다 누진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으면 서민 부담을 줄이면서 대용량 소비자들의 절약을 유도할 수 있어서 한전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다른 대안 조치가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