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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민주주의 쇠퇴에 리더십 실종"…신기욱 교수의 비판[책볼래]

책/학술

    "韓 민주주의 쇠퇴에 리더십 실종"…신기욱 교수의 비판[책볼래]

    민주주의의 모험: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건너는 법

    신기욱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연합뉴스 신기욱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연합뉴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진영 논리가 판을 치고 사회는 분열되어 있으며 정치는 실종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진단한다.  

    그는 책 '민주주의의 모험: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건너는 법'에서 민주주의는 완벽한 정치체제가 아닌 수많은 장애물과 모순을 안고 있기에 새로운 모험을 통해 장애물을 들어내고 모순을 해결해가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해가는 체제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불안정성과 위기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결국 정상적인 경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술회했다.

    그는 2022년 대선과 정권 인수 과정을 보며 착잡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미국 민주주의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기를 거치며 퇴보했다면, 한국의 민주주의 역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후퇴해왔다고 강조한다.

    신 교수는 이같은 과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1980년대 후반 이후 아시아에서 선도적으로 민주화를 이끌어온 한국은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박정희식 권위주의'로 후퇴했다가 결과적으로 대통령 탄핵과 정부의 불명예 퇴진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촛불집회를 '국가 대 시민사회 대결 구도'라며 한국 시민사회가 권위주의 국가를 다시 한번 거부하고 퇴출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는 식민지와 분단을 겪으며 과도한 민족주의를 경험한 한국사회는 집단의 논리와 단결의 힘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의 힘에 밀려 개인의 자율성과 권리를 강조하는 자유주의가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법치적 민주주의를 이뤘지만 자유주의를 학습할 기회가 없던 민주화 운동 세력이 권력의 파이프라인이 되면서 도덕적 우월감에 취해 반대 세력을 구악(舊惡)으로 규정하면서 선과 악의 진흙탕 싸움터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빠, 개딸, 박사모, 태극기부대' 등을 한국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트럼피즘'을 미국의 대표적 포퓰리즘으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적폐청산'을 비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낡은 질서를 해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제는 추진하되 가급적 빨리 마무리한 뒤 새로운 사회통합을 추구했어야 했다고 꼬집는다. 전방위적으로 지속된 적폐청산이 다원적 자유민주주의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 '신동아'에 연재한 글을 토대로 정리한 이 책에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쓴 비판과 우려가 담겨있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인물과사상사 제공 신 교수는 정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다자적 국제질서를 거부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고 '워싱턴의 이단아'라고 불린 도널드 트럼프보다 조지 W. 부시와 닮았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한 경로를 갈 것이라 전망했다.  

    윤석열과 바이든을 열거하며 '리더십의 위기'라고 지적한 신교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normalcy)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빗나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률가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집권 초에 빠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집권 세력의 난맥상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은 성찰과 책임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치적 양극화 심화를 경계하고 잘못된 정책은 시정하고 부패나 불법은 단죄하되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된 정책마저 현재의 기준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훈수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만간 닥칠 '외교안보 쓰나미'에 대처하기 위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북한 도발이나 중국이 '사드 3불'을 들고 나올 가능성, 더 나아가 타이완해협에서 미중 군사 충돌 시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찰과 관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능력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경험을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다양성 확보를 통해 기회와 통로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그간 화두가 '글로벌 민주주의의 위기'였다면  이제는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를 논해야 한다며 윤석열이 바이든의 길을 갈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새로운 기수가 될지 스스로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2023년 세계는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정치·경제·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정치적 양극화, 리더십의 부재 등 국제질서에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안으로는 대화와 협치가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사회 분열, 대립의 정치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신 교수는 민주주의가 당면한 다양한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국가의 리더십이 어떤 판단과 결정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짚으며 잘못된 선택이 가져올 미래를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그중에는 민족주의의 한계나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스탠퍼드대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안병진 경희대 교수와 각각 진행한 대담이 부록으로 실렸다.

    신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질문하며 한국 앞에 놓인 산적한 장애물을 헤쳐갈 리더십에 숙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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