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제공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었다.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 성악가, 트렘펫터가 한 무대에 올라 오페라 아리아부터 가곡, 크로스오버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무더위와 장마를 뚫고 공연장에 모인 청중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CBS가 주최하는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첫째 날 공연이 1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을 비롯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테너 정호윤, 트럼펫터 최인혁,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지휘 아드리엘 김)이 함께 했다.
1부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의 오토 니콜라이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 서곡 연주로 힘차게 열었다. 이 곡은 니콜라이가 생전 남긴 5개의 오페라 중 가장 유명하다. 크고 시원시원한 동작이 일품인 아드리엘 김의 지휘 아래 밝고 경쾌한 선율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곧이어 중견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낭만파 시대의 대표작인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웅장한 매력이 물씬한 1악장과 유려한 선율의 2악장을 거쳐 밝고 희망찬 3악장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독주 파트에서는 따뜻한 에너지가 풍겼다.
청중들은 "앙코르"를 연호했다. CBS FM의 클래식 음악 방송인 '아름다운 당신에게' DJ로도 활약하고 있는 김정원은 앙코르 곡으로 차이콥스키 사계 '10월: 가을의 노래'를 들려줬다. 한여름밤, 쓸쓸하고 아련한 감성에 젖어드는 느낌이 색달랐다.
2부의 시작은 트렘펫터 최인혁이 장식했다.이날 연주한 하이든 트렘펫 협주곡 중 3악장은 '장학 퀴즈' 시그널로 쓰여 익숙한 곡으로 톡 쏘는 탄산수처럼 청량한 느낌이 가득했다.
이어 엔니오 모리코네 '넬라 판타지아'를 선보였다. 영화 '미션'(1986)의 주제곡으로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먼이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한 곡이다. 눈을 감고 트럼펫 연주를 음미하자 어느새 광활한 초원이 그려졌다.
소프라노 서선영은 조지 거슈윈 '포기와 베스' 중 '서머타임'과 김동진의 가곡 '신아리랑'을 차례로 불렀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색의 리릭 소프라노가 부르는 '서머타임'은 매력이 넘쳤다. "이라랑, 아리랑, 아라리오~"로 시작하는 '신아리랑'은 독특한 멋이 풍겼다.
테너 정호윤은 이수인의 가곡 '내 맘의 강물'을 선곡했다. 인생을 흐르는 강물에 비유한 가사와 정호윤의 부드럽고 풍부한 음색이 어우러졌다. '3테너 콘서트' 이후 테너 아리아의 대명사가 된 푸치니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역시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했다.
서선영과 정호윤은 푸치니 '나비 부인' 중 '날 사랑해 주세요'를 듀엣으로 불렀다. 두 가수는 오페라극장 무대에 선 것처럼 사랑에 빠진 남녀 주인공을 실감나게 연기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전 출연진이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곡은 프란체스코 사르토리 '타임 투 세이 굿바이'.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먼의 이중창 버전으로 유명한 곡을 편곡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불렀다.
앙코르 곡은 조지 거슈윈 '갓 리듬'을 준비했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 공연도 막을 내렸다.
CBS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둘째 날 공연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연주 프로그램은 첫째 날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