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독 현대미술 교류전 '베를린에서 서울로: 지평선 너머'가 7일부터 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라운지 3곳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호리아트스페이스 전시 전경.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제공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서울을 만나다' 단체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전시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거나 유학·전시 경험이 있는 양국의 현대미술가 16명(한국 8명·독일 8명)이 총 83점을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정재호·송지혜·송지형·남신오·정소영·이태수·변웅필·전원근이, 독일에서는 데이비드 레만· 프릿츠 본슈틱·헬레나 파라다 김·레프 케신·피터 헤르만·로버트 판·세바스티안 하이너·수잔느 로텐바허가 참여한다.
작품의 형식과 표현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출품작은 '정체성'과 '존재'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예술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양국의 젊은 미술가가 동시대적 감성을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비교할 수 있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7일 아이프라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보다 작가를 중심에 뒀다. 출품작을 통해 작가들의 깊이, 이상, 신념을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 담긴 전시"라고 소개했다.
호리아트스페이스 전시 전경.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제공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머무르며 작업하는 세바스티안 하이너는 동서양 회화의 다양한 요소를 접목해 기하학적인 꿈 속의 서사를 연출한다. 프릿츠 본슈틱은 버려진 물건을 재조명해 현재 사회의 가치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레프 케신은 그림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화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세바스티안 하이너는 "한국에서 10개월간 거주한 경험이 있다. 대도시 서울의 에너지와 열정이 내면화돼 작품에 표출할 수 있었다"며 "양국 작가의 교류전이 지금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재호는 근대화의 산물로 남은 건물의 표면을 사실적으로 묘사에 그 곳에 스며든 개인과 집단의 삶의 체취를 포착한다. 변웅필은 인물화를 통해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회에 회의를 느낀 작가적 감성을 표현한다.
정재호는 "미술을 처음 시작했을 때 독일 작가 안젤름 키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한국 작품의 다양성과 또다른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독일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초이앤초이 갤러리와 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 베를린에 소재한 베르멜 폰 룩스부르크가 공동 기획했다.
마리오 베르멜(베르멜 폰 룩스부르크) 대표는 "베를린은 유럽 미술의 중심지다. 세계 미술계에서 힙한 서울과 협업 전시를 하게 되어 기쁘다"며 "이런 기회가 늘어나면 독일에서 한국 작가에 대한 인지도와 주목도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선희 초이앤초이 갤러리 공동대표는 "설치미술가 이불, 양혜규 등 일부를 제외하면 독일 미술 시장에서 한국 작가를 생소해 한다"며 "K-컬처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지금이 한국 작가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호리아트스페이스 전시 전경.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