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국내 노인인구는 2024년 '1천만 명'에 진입한다. 내후년에는 고령화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고령층에 대한 의료·돌봄 수요가 더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요양시설이 아닌 집에서 양질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중증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재가급여 월 한도액을 시설 입소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2023~2027)'을 확정·발표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사회보험이다. 수급자는 2008년 21만 4천 명→2017년 58만 5천 명→2022년 101만 9천 명으로 늘었고, 장기요양기관은 2만 7484개소로 집계돼 수급대상과 인프라 모두 제도 초기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오는 2027년까지 장기요양 수급자는 약 145만 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재가 94만 9천 명 시설 27만 8천 명 등 서비스 이용자도 지속적 증가세가 예측된다.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빈틈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살던 곳에서 충분하고 다양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강화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장기요양보험을 이번 5개년 계획의 목표로 설정했다.
먼저 복지부는 살던 곳에 그대로 거주하며 돌봄을 제공받길 희망하는 노인이 충분한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토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27년까지 돌봄 필요도가 높은 중증(1·2등급) 수급자의 월(月) 한도액을 시설 수준으로 점차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기준으로 1등급 수급자의 재가급여 한도액은 188만 5천 원, 시설급여는 245만 2500원인데 이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2022년 장기요양 실태조사 결과' 중 발췌. 복지부 제공또 야간·주말, 일시적 돌봄 등이 필요한 경우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시방문 서비스를 도입한다. 수급자의 서비스 선택권 확대를 위해
한 기관에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 보호 등의 재가급여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통합재가서비스도 확대한다.
현행 방문요양 중심의 단일급여 제공기관을 다양한 재가급여가 가능한 기관으로 재편해 2027년 1400곳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집에서도 상시적인 돌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4분기부터는 재가수급자의 안전한 거주 환경을 위해 문턱 제거, 미끄럼 방지 타일 설치 등을 지원하는 '재가환경개선 시범사업'이 새롭게 실시된다. 수급자 외출을 지원하는 '이동지원 시범사업'도 확산한다.
수급자 가족에 대한 지원 폭도 넓힌다. 정보 제공과 정서적 지지를 위해 일부 지역(건강보험공단 운영센터 65곳)에서 운영되던 가족상담 서비스는 당장 이달부터 전국(227곳)으로 확대된다.
치매가 있는 장기요양수급자를 돌보는 가족이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돌봄을 지원하는
치매가족휴가제는 모든 중증(1·2등급)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요양 가족휴가제'로 확대 적용한다.
현재 치매가족휴가제는 월 한도액과 관계없이 단기보호(연 9일·모든 치매수급자) 또는 종일 방문요양(연 18회, 1·2등급 치매수급자) 형태로 이용 가능하다.
2024년부터는 전체 중증 수급자가 이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 제공재가수급자의 의료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정기적 방문진료와 간호 등을 제공하는 재택의료센터도 2027년까지 시·군·구당 1개소 이상으로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방문간호 활성화 등 장기요양서비스와 의료서비스 간 연계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노인돌봄 자원의 객관적·효율적 배분을 위한 통합적 판정도구 개발 등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판정 결과를 토대로 장기요양 수급자에게는 포괄적 욕구와 문제상황을 고려한 적정급여 결정 모형, 맞춤형 돌봄계획 수립을 위한 지침 등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또
노인의 신체·인지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자 현행 1~5등급, 인지지원등급인 장기요양 등급체계를 단계마다 인지기능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한다.
신(新)노년층의 장기요양보험 본격 진입에 대비해 신규 재가서비스 도입 등 서비스 고도화도 검토한다.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신기술 활용 품목 등이 복지용구로 활용될 수 있게 관리체계 개선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복지부 제공아울러 장기요양기관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립·민간요양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공립 노인요양시설 53곳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한편 도심 등 공급부족 지역 일부에 대해선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건물·토지를 소유한 사업자만 10명 이상의 노인 요양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임차는 '공공'만 허용되는데,
일정 규모 비영리 법인일 경우 특정 지역에 한해 민간임차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로운 '베이비부머' 같은 경우 교육수준도 있고 경제 여력도 있는 상태"라며 "이런 분들이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지역 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임차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되레 시설 난립과 폐업 등으로 수급자들이 주거 안정성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요양시설 임대허용 정책은 금융자본의 장기요양 시장 진입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부의 국정과제인 커뮤니티케어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민간보험사의 오랜 숙원으로
시설의 불안정성에 따른 노인 요양의 안정성 부실화, 과도한 시설화, 요양 분야에 금융자본의 진입 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초고령화사회에 대응하기에 매우 부실하고 장기요양 시장화의 발판이 되는 계획안을 내놓은 복지부를 강력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