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 건강 악화로 18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같은 날 타병원 이송을 위해 응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검찰이 18일 '백현동 개발특혜 비리'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단식 19일째로 접어든 이날 오전 병원으로 이송된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 구속 위기에 놓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올해 2월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뇌물 의혹으로 청구한 첫 구속영장이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로 자동 기각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 백현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배제하고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개공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백현동 개발 사업은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있던 한국식품연구원이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남은 부지를 아파트 등으로 조성한 사업이다. 개발 과정에서 성남시가 시행사에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당시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4단계나 종상향됐고,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이 완화됐으며 성남도개공은 당초 민관합동으로 개발 참여를 검토하다 갑자기 포기했다.
특히 인허가 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행사 측이 2015년 이 대표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대표를 영입한 직후 용도 변경이 급물살을 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전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공모해 브로커 역할을 한 김 전 대표의 청탁에 따라 민간업체인 성남알앤디PFV 단독으로 백현동 개발사업을 진행토록 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의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은 단독 시행을 통해 1356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정 회장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77억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성남도개공이 사업에 참여했을 경우 성남알앤디PFV로부터 최소 200억원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고 배임액으로 특정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2019년 2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을 때 김인섭 전 대표의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연락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가 수사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도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인 2019~2020년 이화영(구속기소)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성태(구속기소)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방북비용 등 800만 달러를 대납하도록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4월 사이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500만 달러 상당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을 대북제재로 인해 이행할 수 없게 되자, 김 전 회장에게 대납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19년 7월~2020년 1월 사이 김 전 회장에게 이 대표의 '방북을 추진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북한에서 요구하는 차량 등 의전 비용을 포함한 방북 비용 300만 달러도 대납하게 한 혐의도 적용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인 이날 오전 건강이 악화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검찰은 관련 법률을 검토해 이 대표에게 적용되는 구속기준에 따라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등 구속사유를 고려해 영장을 청구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되고,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