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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남는 자가 '승자'…스타트업의 세계는?

비즈인물

    살아 남는 자가 '승자'…스타트업의 세계는?

    핵심요약

    배민 등 2천곳 가입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50~60개 프로젝트 중 2~3개만 성공…그래도 스타트업의 혁신은 지속돼야"
    "10명의 투자자 중 한두 명만 좋다고 평가할 때 오히려 성공할 확률이 높아"
    "풀릴 거 같은데 언제인지는 모르는 규제, 강한 규제보다 더 나빠"
    "ESG와 사회적 책임이 스타트업에게 상식으로 자리 잡을 날이 곧 올 것"



    "저는 스타트업하는 불효자입니다."

    2010년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이런 문구가 적현 티셔츠가 유행이었다.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도 낯설었던 시절, 안정적인 기업을 박차고 나와 불확실한 모험과 도전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별종으로 인식됐다.

    변변치 못한 벌이에 자칭 타칭 '불효자'였던 스타트업들 중에서 지난 10여년간 하나둘씩 성공신화가 탄생했다.

    캐나다 등에서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했고, 한국도 수천~수만개의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은 질적으로도 얼마나 성장했을까. 우리나라는 스타트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까. 직방, 배달의 민족 등 2천여개의 스타트업·혁신기업의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최성진 대표를 만나 스타트업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위상은 어떤가요?
    ◆ 스타트업 가장 잘하는 나라들로 미국과 중국을 꼽는데요. 상장이나 기업 공개를 하지 않고도 기업 가치가 우리 돈으로 약 1조 4천억 원을 넘는 기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르는데 전 세계에 그런 기업이 1천개 이상 있어요. 우리나라 기업이 25개 정도고 미국이 1천 개 중에 절반, 중국이 그 나머지 중에 60%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과 격차는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스타트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는지?
    ◆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인데 성장률은 굉장히 떨어지고 있거든요. 그동안은 앞서가는 나라들을 추격하는 모델로 왔다면 이제 선도하는 모델로 가야 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동안 세상에 없던 기술이나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혁신하는 게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작년에는 시장에서 돈이 말랐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어요. 스타트업에게는 이런 가뭄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 저희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부르고 있어요. 어떤 분들은 빙하기 아니냐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요. 사실 스타트업은 지난 10년간 겨울이 오지 않는 곳 이었고, 특히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때는 스타트업 경기가 매우 좋았거든요. 왜냐하면 모두가 비대면으로 전환을 해야했고, 스타트업이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쪽에 돈이 몰려들었어요.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져서 미국에서부터 금리가 인상되면서 투자자들이 태세 전환을 한거죠. 그러다 보니까 투자 받기가 어려워지고 기업 가치도 낮아지고 특히 그동안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 투자를 많이 받았던 기업이나 돈을 많이 쓰고 있던 스타트업들이 일시에 힘들어지는 상황입니다.

    ◇ 스타트업의 해빙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세요?
    ◆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풀린다는 분들이 상반기부터 좀 나오기 시작했고요. 이미 하반기가 됐잖아요. 그랬더니 이제 내년 상반기부터 풀릴 것 같다고 하는 분들이 더 늘어났어요. 더 중요한 것은 이분들이 투자해야 될 돈을 굉장히 많이 쌓아두고 있어요. 쌓여 있는 유보금이 역대 최고고 미국에도 유보금이 계속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투자금이 풀릴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 스타트업 중에서 기억에 남는 기업이 있다면?
    ◆ 토스의 이승건 대표님이 여덟 번째까지 실패하고 아홉 번째 모델로 간편 송금을 들고 왔을 때 그건 금융 서비스이니까 모두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토스 서비스는 좋은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쪽이 금융인데 이건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승건 대표님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요. 자기들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게 실패기 때문에 또 한 번 실패해도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해서 계속했고 그게 지금의 토스를 만든 거죠.

    토스가 낸 책을 보면 그 얘기가 나와요. 아직도 대부분 실패하고 가끔 성공하는 회사라고. 그러니까 회사 내에 1년에 한 50~6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고요.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각 팀에서 목표도 스스로 세우고 그렇게 하는데 실제로 연말에 가보면 성공하는 팀이 10%가 채 안 되고 2~3개 팀만 성공을 하는데 그걸 통해서 계속 혁신을 이어가는 거죠.

    ◇ 여러 스타트업을 7년 정도 지켜보셨으니까, 이 스타트업은 보자마자 한눈에 잘되겠다는 감이 오나요?
    ◆ 그러면 제가 워렌 버핏이 됐겠죠(웃음). 이건 알기 힘들고요. 사실은 스타트업이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들도 실제로는 실패하는 투자가 더 많습니다. 대신 소수가 성공하고 그 성공하는 기업 중에 굉장히 크게 성장하는 기업이 나와서 나머지 투자 손실을 메워주는게 스타트업의 구조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속담 같은 게 있는데요. 스타트업이 10명의 투자자를 만났을 때 10명이 다 굉장히 좋다 하는 모델은 성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레드오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10명의 투자자 중에 1명이나 2명 정도만 좋다고 평가하고 나머지는 이거 실패한다. 이거 가지고는 안 된다라고 하는 경우가 오히려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런 속설이 있습니다.

    ◇ 스타트업이 국가 경제의 원동력이 된 나라 나라들도 있죠. 핀란드가 대표적인데, 핀란드의 스타트업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 핀란드는 굉장히 재미있고 독특한데요. 핀란드 같은 경우에는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많이 만들었다고 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슬러쉬(SLUSH)라는 스타트업 축제도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서 만든 행사이고요.

    원래 핀란드가 교육열도 높고 좋은 인재들이 많아서 런던의 금융가라든지 핀란드의 노키아 같은 회사에 많이 취업을 했었는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때 런던 금융가가 몰락했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노키아가 망해서 이 대학생들이 취업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그때 마침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붐이 일었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핀란드 알토대 학생들이 '알토 기업가정신협회'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핀란드 정부도 스타트업 비자 등 해외 인재들이 핀란드에 와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서 굉장히 앞서 나간 경우입니다.

    ◇ 캐나다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던데요?
    ◆ 캐나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 일하는 인재들이 들어와서 캐나다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된다고 해서 스타트업 비자를 적극적으로 발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 비자는 캐나다가 처음 시작한 건 아니고요 핀란드, 프랑스가 굉장히 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취업 비자는 대부분 취업한 곳에서 나오면 그 나라를 몇 달 안에 떠나야 돼요. 그런데 스타트업 비자는 회사가 망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면 프랑스의 경우 2년 정도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다시 창업하거나 아니면 다른 스타트업에 취업할 수 있게끔 해서 혁신 인재들을 그 나라에 묶어둘 수 있게 하는 정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나라간 격차도 크지만 서울과 지역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많이 다른가요?
    ◆ 네. 사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서울하고 지역하고 굉장히 격차가 크고요. 전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투자를 본격적으로 받은 기업. 10억 이상 투자받은 기업의 90% 벤처캐피털의 90% 실제 투자 금액의 90%가 서울 경기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하는 기술 창업에 대한 통계를 보면 서울 수도권이 55% 그 외의 지역이 45%거든요. 그러니까 절반 정도는 수도권이 아닌 데서 창업을 하는데 성장하면서 서울로 와야만 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양성이 생명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다양한 창업가와 스타트업이 계속 지속적으로 나오는 게 중요해서 지역과 서울과의 격차를 줄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스타트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를 야기하거나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는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이동하는 거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기존의 일자리가 또 없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만약에 어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배달 용기를 많이 쓰니까 환경오염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하니까 이제 다회용기를 공급하는 스타트업이 또 생기고 그런 식으로 계속 문제를 해결해 가다 보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스타트업에게 일정 기간 규제를 완화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라는 제도가 있는걸로 아는데, 현장에서 유용하게 작용하나요?
    ◆ 굉장히 필요한 제도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고요. 근데 또 한편에서는 모든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할 수 있는게 아니고 또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더라도 법령 정비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제한된 범위에서 실험만 해봐라. 하는 문제가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과 희망 고문인 측면이 동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규제보다 더 나쁜 게 불확실한 규제거든요. 왜냐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규제가 굉장히 강하다. 그러면 규제를 감안해서 이 비즈니스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면 되는데, 규제를 풀어줄 것 같은데 언제 풀릴지 잘 모르겠다는건 예측이 어렵잖아요. 이 불확실성의 제거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보겠습니다.

    ◇ 스타트업도 ESG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혹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스타트업한테는 먼 얘기로 들릴 수도 있고 '무슨 배부른 소리냐. 당장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그것도 사실인데 저는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부터 그런 부분에 많이 신경 쓰고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SG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대기업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ESG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스타트업은 성장할 기회가 없어요. 왜냐하면 대기업과 거래할 수도 투자할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 투자자들도 우리나라에서도 ESG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이 범위 내에서만 투자한다라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글로벌에서는 훨씬 더 많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스타트업도 조금만 성장하다 보면 환경 문제라든가 사회적인 문제, 지배구조 거버넌스의 문제와 맞닥뜨리기 때문에 저는 ESG나 이런 문제도 스타트업들에게 창업 초기부터 상식으로 자리 잡을 시기가 빠른 시간 내에 온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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