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정폭력으로 이혼하면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배우자가 집요하게 연락하더라도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어 피해자가 두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문가들은 사후적인 조치가 아니라 사전에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일 경찰과 부산에 사는 30대 여성 A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남편 B씨와 이혼했다.
어린아이를 생각하며 남편의 폭행과 외도를 10년 동안 참았지만, 친정엄마가 보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자신을 때린 남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또 B씨가 주거지로부터 100m 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접근금지 명령과 피해자보호명령을 잇달아 받아냈다.
하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B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재결합과 성관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집요하게 보냈다.
이혼 후 8개월 동안 10여차례 연락이 왔다.
A씨는 "지금도 경찰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전 남편이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해도 이대로라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 수사를 원했지만, 현행법상 이는 어렵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의 한 경찰서 여청수사계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메시지 내용과 관계없이 연락해 온 것 자체만으로도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현행법상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중 법무법인 영동 대표 변호사는 "현 제도 아래에서는 사건 피해자가 100% 안심하고 살기 어렵다"며 "문제가 발생해야 조치가 이뤄지는 사후적 조치를 중심으로 제도가 마련돼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피해자 보호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사적, 형사적 조치 말고 물리적으로 연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물론 피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임시로 부여하거나 별도 주거지를 제공하는 등 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