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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면 대형 참사…22명 사망한 화성 전지공장 화재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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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지면 대형 참사…22명 사망한 화성 전지공장 화재 '무방비'

    화성 전지공장 화재 22명 사망·8명 중경상
    물 닿으면 불 더 커지는 리튬…금속 화재 예방 시설 의무 없어
    "불 난 층에서 다수 사망자 나온 이유는 독성 연기 추정"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인명 수색 및 구조를 준비하고 있다. 화성=황진환 기자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인명 수색 및 구조를 준비하고 있다. 화성=황진환 기자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제조공장 화재를 계기로 리튬 등 금속성 물질의 화재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성 전지공장 화재 22명 사망·8명 중경상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반쯤 서신면에 있는 1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오후 6시 30분 기준 22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이 난 곳은 11개동 가운데 2층짜리 3동 공장 2층으로 불이 나자 1층에 있던 직원들은 즉각 대피했지만 2층에 있던 직원들 대부분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이 공장 2층에 보관된 리튬 건전지가 폭발하면서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즉각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이 거세고 연기도 많아 현장 수색과 구조가 늦어져 오후 3시쯤 돼서야 진입할 수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리튬 배터리 건전지 3만천개가 폭발적으로 연소해 다 타고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물 닿으면 불 더 커지는 리튬…금속 화재 예방 시설 의무 없어


    이는 건전지의 주원료인 리튬의 특성 때문이다. 리튬은 특성상 물이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고, 수소는 산소와 만나 불이 오히려 커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물을 이용한 화재 진압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처럼 리튬 등 금속성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진화가 어렵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예방책이 필요하지만 현행법상 부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공장은 화재예방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 2급 소방 안전관리 시설이었다. 2급 시설로는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승강기나 중앙 집중식 난방을 사용하는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 도시가스사업 허가 시설, 가연성 가스를 100톤 이상 1천톤 미만 저장·취급하는 시설 등이 해당한다.

    또 2급 시설에 구비해야 하는 소방시설은 대피구 또는 비상구 유도등, 소화기·옥내소화전,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이다. 해당 공장 역시 이 시설들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번 화재처럼 금속성 화재를 예방하거나 진화하는 데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공장은 물이 닿으면 불이 더 커지는 리튬의 특성상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금속성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약품이나 특수모래를 구비해야 한다는 근거도 없었다.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의 특별 관리 대상도 아니었다. 초기 진화가 이뤄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부분 소방서의 소화액은 수계, 즉 물 성분이다. 이번 화재에 쓰면 터지기 때문에 진화할 수가 없다"며 "팽창 질석이나 마른 모래 등이 필요한데, 리튬 양이 많다면 이 진화 물질들도 많이 필요로 하므로 평소 권역 등을 기준으로 특수 화재 위험물질이 어디에 어느 정도 있는지, 어디 소방서에 맞춤 진화 물질을 구비하고 있는지 대비 태세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 난 층에서 다수 사망자 나온 이유는 독성 연기 추정"

    24일 오전 10시 31분께 화재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성=황진환 기자24일 오전 10시 31분께 화재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화성=황진환 기자
    숨진 근로자 22명 중 심정지로 옮겨진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불이 난 공장 2층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경위 또한 의문을 낳고 있다.

    2층에는 지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2개실이 있었지만, 실종자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 뒤편에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는데 그쪽으로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인명 수습을 마치고 화재 원인과 피해 조사를 마친 뒤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은 화재 진압도 어렵지만, 함께 발생하는 독성 연기에 주목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이 위험한 이유는 '불산 가스 방출'이다. 불화수소는 가열 시 독성 연기를 형성하는데, 흡입이나 섭취 혹은 접촉 시에는 심한 손상이나 화상, 혹은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한국열린사이버대 김전수 소방방재안전학과 특임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농연은 화학성 연기로, 한 모금만 마셔도 정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그래서 근로자들이 지상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2개실이나 있어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이 리튬 건전지가 폭발하면서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리튬 완제품 검수 과정에서 폭발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수의 시신이 발견된 2층에는 판매용 리튬 배터리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장이다. 이곳에는 원통형을 포함해 배터리 3만 5천여개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번 불로 모두 연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석대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은 물이나 수분이 가까이 있으면 가스가 발생이 된다"며 "거기에 이제 마찰열 같은 것들이, 예를 들어서 포장지에서 마찰로 불꽃이 발생하듯이 충분히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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