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추친의 탁구 라켓이 취재진에 의해 밟혀 부러지는 역대급 사고가 발생했다. 오른쪽은 부러진 라켓을 들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 왕추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남자 탁구 세계랭킹 1위 중국 왕추친(24)이 단식 32강에서 탈락하는 대이변이 발생한 가운데, 원인이 중국 취재진에 의해 부러진 탁구채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왕추친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스웨덴의 트룰스 뫼레고르(22)에게 2-4로 졌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남자 탁구 최강자로 꼽혀온 왕추친으로서는 충격패였다. 뫼레고르는 2021년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로 현재 세계랭킹 26위다. 왕추친은 이전까지 뫼레고르와 8번 싸워 모두 승리한 바 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자 관심은 전날 발생한 사건으로 쏠렸다. 왕추친은 탁구 혼합 복식 결승전에서 쑨잉사와 함께 북한을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역대급 대참사가 발생했다. 오성홍기를 들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몰려든 취재진에 의해 탁구채가 부러진 것이다.
중국 왕추친 선수의 탁구채가 기자들의 발에 밟혀 부러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로이터 통신은 "눈에 띄게 화가 난 왕추친이 (사진기자들에게) 설명을 요구하려고 했다. 그의 코치는 그를 끌어안으며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왕추친은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 순간 감정을 좀 주체할 수 없었다. 왜 사진기자들이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중국 왕추친 선수가 자신의 탁구채가 부러진 것에 대해 격하게 항의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그러나 이후 "그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백업 라켓으로 이후 경기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또한 운명인 것 같다"고 스스로를 다잡았으나 결국 허망하게 탈락했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탁구 팬들은 웨이보·엑스 등 SNS를 중심으로 사진기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왕추친 탈락에) 이 사건은 분명히 관련이 있다", "선수 상태에 심각히 영향을 끼쳤다", "기자가 고의로 부러뜨린 것 같다" 등 이 사건을 왕추친의 패인으로 꼽았다.
현지 매체 북경청년보는 "파리 올림픽 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으나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 현지 매체 북경청년보는 "파리 올림픽 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으나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웨이보 캡처
한 누리꾼은 "한 선수의 4년을 누가 보상할 수 있냐"면서 "사진기자는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앞으로 관련 활동에 참가할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것이냐"고 따져물으며 "파리 올림픽의 사진 촬영 규제를 강화하는게 비용이 참 많이 든다"고 꼬집었다.
한때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에선 왕추친 탁구채가 부러지는 영상이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은 탁구에서 독보적인 강세를 보여왔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열린 9번의 대회 중 남자 단식에서 단 3번을 제외하고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