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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유행 속 '응급실 마비' 부인한 정부…현장은 아우성

보건/의료

    코로나 재유행 속 '응급실 마비' 부인한 정부…현장은 아우성

    이달 말 코로나19 주간확진자 35만 예상되는데…치료제는 '품귀'
    '전공의 공백 반년'에 한계 다다른 전문의들 "더 길어지면 답 없다"
    정부 "응급진료제한 기관, 전체 1.2%뿐…응급실 뺑뺑이는 의료개혁 지체된 결과"
    여력있는 병원에 환자 분산 및 공공병원 등 발열클리닉 활용…일각선 "염치 없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팬데믹 때도 살아남았는데, 며칠 전 키트로 검사해보니 코로나19 양성이래요. 냉방병이랑 (증상을) 구분하기 어렵다더니 진짜 그렇더라고요. 귀갓길 지하철에서 속이 너무 울렁거린다 싶더니, 이튿날 새벽부터 열이 39도까지 올랐어요. 약 처방을 받고 사흘간 쉬었는데도 기침과 가래, 목 통증이 멈추질 않습니다."(직장인 A씨)
     
    "지금 응급실에 있는 (의사)선생님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인데 항바이러스제를 안 주고 돌려보냈다가 상태가 악화되면 문제가 될까 봐 굉장히 불안해해요. (예를 들어) '응급의료기관에 가서 약을 줬는데(도) 나빠졌다. 그럼 너희가 제대로 치료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시비를 걸 수 있잖아요."(대학병원 교수 B씨)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로 본격화된 의·정 사태가 반 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뇌리 속에 지워진 코로나19가 여름철 재유행으로 확산되면서 전국 응급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특히 최근 응급실 진료 중단 위기를 겪었던 순천향대천안병원과 비슷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응급진료가 제한됐던 의료기관은 전체 1.2%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응급실 내원 환자의 40% 이상은 '비응급·경증 환자'란 통계를 들어 이들을 1·2차 의료기관으로 적절히 분산한다면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치료제 품귀에 인력 부족까지 겹치며 막막함과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확진자 반등에 일손 부족까지 응급실 '이중고'…사표품은 전담의 多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과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류영주 기자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마스크를 쓴 외국인과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류영주 기자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응급의학과는 진료과의 특성상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등 대체인력 활용에 한계가 있는 데다, 근래엔 격리실 부족 등 코로나19에 걸린 환자의 전원(轉院)이 필요한 경우에도 '받아주는 병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씩 밤샘 당직을 하며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워 온 교수 등은 이달 말 주간 확진자 35만 명으로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 코로나 확산세가 더 이어질 경우, 더 이상 '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코로나로 인한 환자 증가와 진료현장의 의료진 공백이 중첩되며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느낌"이라며 "꾸역꾸역 버티고는 있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입원해야 할 분들이 아니면 (환자가 와도) 드릴 약이 없어서 그냥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쟁에서 총을 쏘다가 총알이 떨어지면 군인의 잘못인가, 그걸 대주지 않은 정부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지금도 병실이 물샐 틈 없이 실시간으로 '풀(full) 가동'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물론 현재의 코로나 유행을 지난 2022년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십 만에 달했던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당시와 비교하긴 어렵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도 있지만, 종전 전수감시가 '표본감시'로 전환된 이후로는 정확한 확진자 집계가 어렵고, 향후 유행 전망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는 애로가 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이달 마지막 주 기준으로 코로나19 주간 확진자가 지난해 최고 유행수준인 35만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마저도 '과소 추계'된 수치라는 게 일선의 반응이다. 과거에 비춰보면 이미 일일 확진자가 10만~15만씩 나왔던 때와 비슷한 입원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학계 일각에선 이번 재유행 '피크'가 당국의 예상보다 1~2주 가량 늦은 9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응급실 전담의 중에는 내심 사직을 결심하고 병원 측에 전하지 않은 이들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사정이 더 열악한 비수도권의 경우, 전문의의 휴직·병가 등으로 '응급실 24시간 가동'이 불가했던 충북대병원을 비롯해 경북대병원 등 특정 과(科)의 의료진 부재로 진료가 제한된 곳들도 있다.
     
    기저질환이 없는 청장년층이나 경증인 고령환자는 차치하더라도, 감염취약시설 등의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확률은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방문환자 중) 고열환자가 부쩍 늘었고 코로나19 양성도 (그만큼) 늘었다"며 "다행히 코로나 초기처럼 호흡곤란이나 폐렴이 심하진 않지만, 컨디션이 처지는 환자들은 입원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이 코로나 한계 상황이라 판단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응급의료기관 과부하를 막기 위한 '환자 분산' 대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진료제한 병원 1.2%뿐…응급실 뺑뺑이, 새로 불거진 문제 아냐"

    사직 전공의들이 대부분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며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사직 전공의들이 대부분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으며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현 응급의료 대응이 녹록치 않은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응급실 뺑뺑이' 증가 지적에 대해선 '일부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응급환자 적시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다소 여력이 있는 관내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분산하는 한편, 공공병원 등을 활용해 야간·주말 발열 클리닉을 운영하겠다고도 밝혔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전날 응급실 진료 관련 백브리핑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의 영향으로 부분적으로 진료 제한이 있었던 기관은 응급의료기관 408개소 중 5곳으로 1.2%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관들도 응급실이 완전히 '셧다운'되고 마비됐다기보다, 성인 진료가 일정시간대 약간 중단되는 등 일부 기능 축소에 해당된다"고 부연했다.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에 제동이 걸렸던 충북대병원·속초의료원은 현재 응급의료가 정상 가동되고 있고,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단국대병원도 내달 정상화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응급실 내원 환자의 44%는 경증 또는 비응급 환자로, 이 중 코로나 확진자 비율은 약 7%라고 언급했다.
     
    정 정책관은 "(의료기관) 종별로 나눠 봐도, 전공의들이 많이 이탈한 권역센터의 경우, 한 7% 정도(만) 병상이 축소 운영되고 있다"며 "병상 가동률이 50%가 안 되는 기관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아직) 환자 진료에 크게 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작년 말 대비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418명에서 1502명으로 늘었음에도 동시에 같은 과 전공의 약 500명이 이탈해 '이전과 동일한 형태의 진료' 제공은 쉽지 않다는 점도 시인했다.
     
    이는 중증응급환자 수술 시 가산 확대(100→150%) 및 전문의 진찰료 100% 인상 등 기존에 발표한 비상진료대책과 함께 광역상황실의 전원 조정역할 강화, 지역별 이송지침 마련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응급실 뺑뺑이는 의정 사태로 새롭게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 "지난 30여 년간 의료개혁이 지체된 결과"라고도 해명했다.
     

    "全 시스템 '먹통' 아니니 괜찮다는 건 무슨 논리?"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정부가 3년여 간의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여전히 안이한 인식과 '땜질'식 대책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운영됐던 공공병원 등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확진자를 더 적극 치료하겠다는 방침 역시 해당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임금체불 위기에 봉착한 점 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B씨는 "응급의료체계 전체가 먹통이 아니니 괜찮다는 건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라며 "(코로나로) 고열에 시달리던 어르신이 간밤에 타 병원 이송과정에서 치료가 늦어져 기도 삽관과 인공호흡에도 숨이 넘어갔다고 하면, 누구 책임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이달 둘째 주에만 1300명을 넘긴 코로나19 입원환자와 중환자 수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은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 비상상황이다. 피할 수 있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국이 코로나19 진단검사 비용을 책임지고 고령자의 검사 접근권을 높이는 동시에 치료제 공급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무상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또다시 공공병원 중심 병상 확충을 약속한 정부를 향해선 "염치도 없다. (결국) 코로나19 위기상황에 정부가 믿고 의지할 병원은 단 5%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뿐"이라며 "정부는 공공병원의 설립과 지원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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