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윤창원 기자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차기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26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박선아 이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새 이사 임명 처분을 막아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 이사진의 취임은 불가능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임명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청인들의 임기는 이미 만료돼 임명 처분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면 후임자들의 임기가 즉시 시작된다"며 "본안 소송의 심리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신청인들이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방문진 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은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2인 체제'로 방문진 신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을 선임했다.
방통위 측은 논란이 된 '2임 체제' 임명 처분에 대해 그간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본안 소송을 통해 임명 처분의 적법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새 이사진의 임명이 정지된다고 하더라도 공공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도 판단했다.
한편 같은 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가 심리한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방문진 이사에 지원했다 임명되지 못한 3명이 제기한 이사 임명 처분 효력정지 사건은 기각됐다.
재판부는 방문진 이사 지원자들 신분인 신청인들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신청인들은 방문진 이사 임명 절차에 지원한 후보자일 뿐"이라며 "이 사건 임명 처분의 속행으로 인해 곧바로 '방문진 이사로서 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등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명으로 MBC의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조 전 사장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MBC의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공정성'은 현행 집행정지 제도에서 요구하는 신청인들의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권 이사장 등 야권 성향 이사 3명과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3명은 지난 5일 '2인 체제' 방통위가 차기 이사진을 선임한 것은 위법하다며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행정소송에도 나섰다.